발상의 전환, 철새홍보관의 변신
발상의 전환, 철새홍보관의 변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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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3일, 국내 유일의 철새홍보관이 울산 남구 삼호동 와와공원 자리에서 문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OO생태관, OO생태전시관으로 부르지만 울산은 철새홍보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름에는 정체성이 담겨있어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낀다. ‘홍보관’은 생태관·전시관과는 다르고, 철새를 통해 생태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 홍보의 역할이 더 커서 운영의 폭이 넓어야한다는 점에서 기존 관점과는 구별된다.

철새홍보관 인근에는 삼호동에 자리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넓은 ‘삼호대숲’이 있다. 대숲은 매년 두 종류의 철새손님을 받는다. 봄에는 여름철새 백로 종류가 찾고, 가을에는 겨울철새 까마귀 종류가 찾는다. 두 종은 6개월 간격으로 바통을 주고받는다. 봄손님 백로는 번식을 목적으로, 10월 중순에 찾는 겨울손님 떼까마귀는 이듬해 4월말까지 잠자리를 목적으로 20년 전부터 찾고 있다.

철새가 가까이 있는 다른 대숲을 찾지 않고 유독 삼호대숲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삼호대숲은 ‘삼호철새공원’으로 지정되어 대나무 간벌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그 이유의 하나다. 대나무 숲이 간벌로 성글어지면 백로와 떼까마귀 무리는 불안을 느껴 대숲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호대숲은 백로류의 번식지, 까마귀류의 잠자리로 이용되기 때문에 울산의 생태관광 특히 조류생태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울산을 찾는 철새는 언제나 삼호대숲을 보금자리로 삼기에 강조하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철새홍보관이 삼호동에 건립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철새홍보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8월 12일부터 10월 14일까지 51일간 한시적으로 휴관했다. 휴관은 시민뿐 아니라 모두를 지치게 했다. 언제 재개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손을 놓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직원 모두 재개관의 그날을 생각하며 합심하여 심기일전했다. 재개관의 그날 시민과의 반가운 만남을 위해 고민과 의논을 거듭한 끝에 ‘새집 걸기’와 ‘그림 전시’ 두 가지 사안에 의견을 모았다.

이번 철새홍보관 행사의 제자(題字)를 위해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方丈) 성파(性坡) 큰스님께 도움을 청했다. 의뢰한 문구는 ‘하늘이 높으니 새들에게 날기를 맡긴다.’는 의를 지닌 <天高任鳥飛>였다. 글씨는 물론 새집 스물네 개까지 보시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홍보관 직원들은 하나같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행동으로 옮겼다. 행사 준비의 중심에는 철새홍보관 30대 젊은 피이자 ‘싱크탱크(think tank) 트리오’인 손상한, 한상목, 이서현 등 주임 3인방이 있었다.

손 주임은 영문학을 전공한 행정담당, 한 주임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시설관리담당, 이 주임은 서양화를 전공한 디스플레이담당으로 각자 맡은 대로 차근차근 전문성을 발휘했다. 관장인 나의 독려도 한몫했다. 박물관·미술관 3급 정학예사 자격 소지자인 나는, 경북대자연사박물관 조교와 마곡사·통도사성보박물관장 등을 거치며 쌓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철새와 그림의 ‘콜라보레이션’과 ‘크로스오버’를 통해 홍보방법을 제시했다. 철새홍보관의 활용도를 철새 홍보에만 그치지 않고 미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까지 넓힌 것은 지시가 아닌 토론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한 결과다.

이번 행사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사형(舍兄)과 사제(舍弟)는 물론 스승과 제자 즉 사제(師弟)의 동참이 행사를 더한층 빛냈다는 점이다. 통도사 방장스님과 나는 수행의 형제이고, 울산대 김언배 교수와 홍보관 직원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철새홍보관 재개관 기념으로 1층 로비를 전시장으로 활용, ‘제19회 전화앵예술제’와 연계한 국제교류전을 시작했다. 전체 행사의 한 부문인 국제교류전은 한국·영국·오스트리아·말레이시아 등 9개국 초청작가와 울산대 학생들이 출품한 판화·그래픽·도자기 등 ‘새’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전시는 철새홍보관과 울산대 31갤러리 등 2곳에서 진행됐다. 철새홍보관 진입로 좌우에는 그물망 울타리를 설치해 S가든 협동조합과 통도사에서 기증한 새집 작품들을 전시했다. 이 새집들은 영구히 전시되어 철새홍보관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포토존이 되어줄 것이다. 전시기간(2020.10

.15.~21)에는 공식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6일간 503명이 철새홍보관을 다녀갔다. 손상한 주임은 “철새홍보관에 대한 오해와 관념적 인식에서 벗어나 철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홍보관을 자주 찾는 동네사랑방 분위기로 탈바꿈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이번 행사는 많은 관계자의 도움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특히 철새홍보관의 희망인 30대 젊은 피 3인방의 노력은 절대적이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전문성 강화가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담당자에게는 자긍심과 적극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적재적소의 인력배치는 효율성 제고와 창의성 독려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점에서 철새홍보관을 지키고 있는 젊은 직원들의 소신 있는 업무수행과 진취적 창조정신에 거는 기대는 여간 크지 않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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