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빈사현처(家貧思賢妻) 국난사양상(國難思良相)’
‘가빈사현처(家貧思賢妻) 국난사양상(國難思良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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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우리나라 경제현실이나 정치행태를 두고 일각에서 실망을 넘어 절망이라고 표현한다.

어려운 경제현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의 위기나 실업자의 급증, 자영업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계속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나오는 내용이나 법무부의 갈등 등은 국민들을 밥맛 떨어지게 만든다. 정치권의 대안 없는 행보는 그저 무슨 일만 생기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하면 하늘처럼 떠받고 조금이라도 불리하며 개나 소처럼 취급하는 저급한 정치행태는 오로지 적군과 아군으로만 분류된다.

이는 여야 가릴 것 없고 심지어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같은 정당 내에서도 서로 물고 뜯는 일은 허다하다.

사기(史記)에 ‘가빈사현처(家貧思賢妻) 국난사양상(國難思良相)’이라는 말이 있다. 집안이 가난하면 현명한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재상이 그립다는 뜻이다.

요즘엔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뀐 결과 왠지 이 말은 오래 전에나 쓰였던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관념을 내포하기도 하고 남녀 간의 역할에 대한 차별적 가치관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가정은 보금자리로 가족 누구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가장 그리운 게 훌륭한 재상이다. 이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 나갈 현명한 충신은 정말 없을까. 그래서 재상을 임명하는데 있어 평소에 지낼 때는 그와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은 것을 살피라고 했다.

최근 들어 연일 일어나고 있는 비리문제나 정치권의 입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그래도 국민들은 앞으로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언제까지 작은 희망을 가진 국민들을 기만하고 조롱하면서 권력에 빌붙어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없어질지 참담하기만 하다.

지도자라 자칭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시대착오적인 이념 논쟁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정권 유지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 이 나라가 왜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정치적으로 혼란에 빠져야 하는지를 답해 줄 사람은 없는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국민들이 흥청망청한 것도 아닌데 왜 모든 피해와 책임을 전가하려하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국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일한 것 말고는 잘못한 게 없다. 여기에다 자녀들을 남들보다 뒤지지 않게 키우려고 대출받아가며 교육시킨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도 굳이 국민들의 잘못을 하나 더 찾아내라면 투표를 잘못해 훌륭한 선량을 뽑지 못하고 거수기와 나팔수를 선출한 죄가 있다. 아마 가장 큰 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부하며 뜻뜻하게 살아 왔는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어려운 시국에 대한민국을 살려낼 정치적 지도자, 진정한 충신은 없는지 반문하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오로지 정권에 충성하고 정의와 법치를 역행하는 간신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부디 이 나라에 충신과 현모양처가 넘쳐나는 따뜻한 대한민국,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희망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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