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문화 개선의 필요성·새로운 방향 제시
평가 문화 개선의 필요성·새로운 방향 제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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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 평가 방법에 대한 불신과 오해, 그리고 갈등까지 형성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엄밀하고 냉철한 분석도 필요하겠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평가에 대한 여러 차분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교육사회가 가지는 한계와 지향점에 대하여 로댕의 작품처럼 턱을 괴고 여유있게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가까운 조선시대 지방 젊은이들과 그들 부모들의 꿈은 짚새기 신발 한 묶음 지고 조령(새고개) 너머 한양 임금님 사는 궁궐 넓은 마당에서 도포자락 추스르며, 전국 수재들과 겨루어 과거에 급제(특히 장원급제)한 후 금의환향하는 것이었다. 기출 문제도 구하기 어렵고, 채점도 사실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떨어진 사람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리라.

우리와 멀리 떨어져있는 이탈리아의 수도에 있는 국립종합대학교인 로마대학은 학생 수가 19만 명에 이른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졸업생은 만 명 이내인 것으로 기억난다. 인도에 있는 2개의 대학은 정말 극단적이다. 델리 대학은 학생 수가 약 22만 명이며, IIT라고 불리우는, 인도 전역에 7개의 캠퍼스를 지니면서 ‘인도 공대’로 더 잘 알려진 학교는 최소 20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지원자 중 2,100명이 합격한 후 인도 학생의 30%와 외국 학생의 70%가 탈락하는 무서운 학교이다. 영국의 런던 대학도 학생 수가 약 10만 명이 넘고, 주립대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파산한 학교를 록펠러가 다시 일으킨 시카고대학교(교수 1인당 학생 수 4명)는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 ‘바깔로레아’라는 고교 졸업과 대학 입학 자격 시험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는 대학간 서열화 문제 해결과 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견해 때문에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 기관이 국ㆍ공립화되어 원칙적으로 무상 교육이며, 특히 고교 교육에서 상대평가 대신 절대펑가를 실천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인용되고, 회자되어 여기서는 예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봐서는 말도 안 되는 인재 양성의 틀을 가지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누구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평가하는 가에 대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이에 얽힌 이해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불신을 해결해 온 인류의 삶 자체는 그리 녹녹치 않았으리라. 동물의 집단 생존 방식과 달리 인류는 그들 사회의 독특하고 다양한 평가 방법을 통해 구성원을 배출하고, 그들 중 일부에게 공동체의 운명과 발전을 맡겨왔다.

과거부터 내려 온 우리 사회의 입신양명의 평가관, 대학 입시를 위해 학생을 서열화, 점수화하자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는 데 동의하는 분은 없으리라 본다. 평가는 교수-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의 하나이다. 평가는 학습자가 성취해야 할 목표에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정도를 파악하게 하는 도구이다. 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과 환류를 통해서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고 도달한 학생은 심화 발전시키는, 수준별교육과 개별화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데 평가의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과거의 서열화, 점수화를 위한 평가 문화는 각 개인의 수준과 적성에 알맞은 수준별,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평가 문화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공동체가 미래 사회의 주역인 학생 개인과 국가 공동체와의 조화를 통해 개인은 자아 실현을 완성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국가와 공동체는 이런 구성원들에 의해 건강해지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결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평가 체제를 가지는 것이 과연 불가능할까를 개방된 자리에서 ‘생각하는 사람’처럼 생각해 볼 일이다.

/ 조범래 울산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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