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의 발족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의 발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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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문화유산 가운데 ‘말 많고 탈 많은 것’ 하나를 꼽으라면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청이 국보 2건이 포함된 ‘대곡천 암각화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린 시점이 2010년 1월이고 보면, 두 국보 중 반구대암각화는 11년 가까이 구설수에 시달려 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디 구설수뿐인가? 송철호 시장의 말마따나 그동안 ‘생태제방’ 안, ‘유로변경’ 안, ‘가변형 물막이 축조’ 안이다, 아니 ‘신 생태제방’ 안, ‘신 유로변경’ 안이다 하는 식으로 걸핏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제안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결과로 남은 것이 무엇이던가? 세계적 문화유산에 대한 물고문이 아니었던가?

그러던 차에 울산시가 구두끈을 다시 고쳐 매기 시작했다. 14일 오후 시의회 의사당 1층 시민홀에서 또 하나의 출발의식을 진행한 것이다. 행사이름은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발족식과 제1회 전체회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추진위원장 자리를 시장이 직접 차지한 일로, 종전의 추진위원회와 격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4개 분과(행정·학술연구·보존관리·대외협력) 위원 38명 중 약 30명이 참석, 분과위원장을 선출한 다음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송철호 시장은 반구대암각화의 침수 현상을 한시적으로 막기 위한 사연댐 수위조절용 사이펀(siphon) 설치에 대한 집념을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의제를 따로 정하지 않은 탓인지 참가자 대부분이 상식적·원론적 의견개진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추진위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드러내는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전체회의를 2차례나 가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민단’이 이렇다 할 홍보실적 하나 내지 못한 사실을 들어 ‘들러리 조직’으로 끝날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그쳐서 될 일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확실한 무언가를 남기겠다는 의지가 우선 필요할 것이다. 지난달 울산박물관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시 문화예술과의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TF팀’에게 영양가 있는 자양분을 넉넉히 공급하겠다는 각오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절실한 일들이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정책적·정치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이 일에는 울산시와 지역정치권이 당을 떠나 힘을 합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 로비역량을 나누어 발휘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울산시민이 마시는 물 문제와 반구대암각화 보존, 그리고 세계유산 등재 문제를 이전처럼 한 묶음으로 다뤄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시도와의 의견조율 문제도 있어 시간낭비가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구대암각화는 더 이상의 물고문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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