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주상복합 화재] 이웃 먼저… 어김없이 나타는 ‘시민영웅’
[울산 주상복합 화재] 이웃 먼저… 어김없이 나타는 ‘시민영웅’
  • 김원경
  • 승인 2020.10.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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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옥상대피소를안내한 33층 거주자 이승진 동물병원장.
긴박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옥상대피소를안내한 33층 거주자 이승진 동물병원장.

 

-비상대피로 알던 거주민 이승진씨

-주민 이끌고 옥상 대피 유도

-인근 벤츠 딜러사 ‘스타자동차’

-영업포기하고 휴식공간 내줘

“깜깜한 암흑이었지만 빨리 주민들과 옥상으로 올라가야 살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고생하시는 소방관들이 거리에서 라면 먹는 모습이 안타까워 식사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울산 삼환아르누보 대형 화재의 밤샘 사투 뒤 주민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어둠을 뚫고 화재현장을 탈출하고, 인근 자동차 매장이 소방관들을 위해 식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훈훈한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8일 밤 발생한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는 발생 초기 33층 건물 외벽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크고 거셌다.

평소 비상대피로를 알고 있었던 33층 거주자이자 인근 동물병원장인 이승진씨는 당시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벽을 더듬어 현관을 통해 옥상으로 이동하려 했다.

복도는 검은 연기로 자욱했고 비상구 계단으로 올라가니 어린 학생을 포함한 주민 23명이 옥상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모여 있었다.

당시 33층 옥상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이씨는 먼저 옥상 상황을 살폈고, 군데군데 잔불이 일었지만 대피소로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계단에 있던 주민들을 모두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후 10여분 뒤에 도착한 소방관의 안내에 따라 전원 무사히 계단을 통해 현장을 탈출할 수 있었다.

이승진씨는 “살면서 언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른다. 꼭 고층에 사시는 분들은 평소 비상대피로 등 대피요령을 꼭 익혀두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이날 주상복합 근처 울산 벤츠 딜러사인 ‘스타자동차’가 전시장을 소방관들의 휴식 공간으로 내주고 1천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벤츠 공식딜러사인 스타자동차가 전시장 등을소방관 휴게공간으로 내줬다. 사진은 봉사활동 중인 유재진 회장.
벤츠 공식딜러사인 스타자동차가 전시장 등을소방관 휴게공간으로 내줬다. 사진은 봉사활동 중인 유재진 회장.

스타자동차는 이날 하루 영업도 접었다. 8시간 가량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소방관들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스타자동차 정해권 과장은 “9일 오전 7시쯤 화재피해가 없는지 찾은 유재진 회장님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 소방대원들을 보며 안타깝다며 한우국밥 300인분과 간식거리를 주문하고 전시장도 내줬다”고 말했다.

스타자동차는 이날 소방관들에게 1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긴급 지원했다.

스타자동차의 유재진 회장과 울산지점장인 유현주 이사는 매년 남구 자율방법대 차량 1대 기증과 환경미화원 방한복 제공 등 평소에도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경 기자

울산 벤츠 딜러사 스타자동차가 전시장과 주차장을 소방관 휴게 공간으로 제공했다.
울산 벤츠 딜러사 스타자동차가 전시장과 주차장을 소방관 휴게 공간으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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