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물 안나와 변기물에 수건 적셔 대피하기도
연기 가득한 복도 헤매다 소방대원에 구조돼 옥상으로
“창문이 펑펑 터지면서 갑자기 불길이 확 올라왔어요.”
지난 8일 남구 달동 33층 주상복합아파트인 삼환아르누보에서 발생한 대형화재에 주민들은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 아파트 14층에 사는 한 50대 주민은 “소방관 8명가량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1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로 불길이 올라왔다”며 “창문이 펑펑 소리를 내며 깨지고 거실과 침실에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 주민은 소화기로 불을 끄면서 아내와 처제를 옥상으로 대피시키고, 스프링클러가 터지자 건물 밖으로 나왔다.
또한 불길이 번지고, 주민들이 밖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가족끼리 흩어져 찾는 모습도 보였다.
한 주민은 “아이들을 먼저 내보냈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보이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굴렀고, 일부 주민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신발도 신지 못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 주상복합 건물 고층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남편이 직장에 있어 혼자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창밖으로 불덩이가 된 패널이 떨어졌다”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현관문 도어락이 열기에 녹아 열리지 않아 소방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당국이 전화에서 안내하는 대로 욕실로 들어갔으나 집 안으로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했다”며 “수건에 물을 적시고 코와 입을 막으려 했지만 물도 나오지 않아 변기 물을 수건에 묻혔고, 수차례 현관문을 발로 차 맨발로 겨우 밖으로 나왔는데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 캄캄했다”고 전했다.
또한 “벽에 손을 짚고 기어서 이동하다가 계단과 통하는 방화문을 발견했는데 손잡이가 뜨뜻했다”며 “그때 소방관 목소리를 들었고, 겨우 만나 옥상으로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9층에 거주한다는 한 부부는 “잠을 자다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일어나 밖을 보니 소방차가 여러 대가 와 있는 게 보였다”며 “서둘러 옷을 챙겨 입던 중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는 휴대전화만 챙겨서 소방관 도움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피할 때만 해도 집이 멀쩡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홀랑 타버렸다”며 망연자실했다.
성봉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