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로 #랜선여행 떠나요
체코로 #랜선여행 떠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0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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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기억하지만 1993년 슬로바키아와 분리하여 각각 독립국으로 출범했다. 수도인 프라하는 드라마, 영화, CF, 뮤직비디오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원래 체코는 맥주가 유명하며 9월 버드와이저 맥주 축제가 있다. 버드와이저는 지금 미국의 이름으로 팔리지만, 체코의 부디요비체라는 곳에서 유래되었다. 최근에 일본으로 넘어간 ‘필스너우르켈(황금맥주)’도 체코가 원산지다.

개인적으로 체스키크룸로프(‘체코의 오솔길’이라는 뜻)를 더 소개하고 싶다. ‘집시의 천국, 보헤미안의 진주’라는 별명의 남보헤미아주의 작은 도시다. 블타바강이 굽이쳐 흐르는 이 마을은 14~16세기에 수공업과 상업으로 번성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체코를 넘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소문난 곳이다.

입구에서 망토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간다. 망토다리는 암벽과 암벽 사이를 잇는 멋진 석조다리다.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아치 형태로 뚫려있고 경사진 성의 하부와 상부를 연결하는 언덕으로 통한다. 올라가면 붉은 지붕과 둥근 탑이 있는 작은 마을을 보게 된다. 동화 나라에 초대된 듯한 느낌의 고풍스러운 중세도시로 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다.

이발사의 다리도 있는데 슬픈 전설이 있다. 합스부르카의 루돌프 황제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들을 이 마을로 보냈다. 왕자는 이발사의 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어느 날 아내가 살해당하자 왕자는 범인이 나올 때까지 마을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말했다. 이발사는 본인이 범인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처형을 당했다. 마을 사람을 구한 이발사를 위해 ‘이발사의 다리’라고 부른다.

1년 중 가장 큰 축제인 장미 축제는 6월 셋째 주 주말 이틀 동안 마을 전체가 중세시대로 되돌아간 것처럼 재현 행사를 한다. 복장과 먹거리, 거리 공연 등 중세시대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체스키크룸로프는 마을 자체가 작아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다. 햇볕이 좋은 날, 광장의 노천카페에서 마신 맥주는 목 넘김이 부드러운 꿀맛이었다.

연인들의 도시 프라하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서 야간 투어로 시작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은은하게 빛나는 프라하성과 구시가지를 돌았다. 광장 한쪽에는 종교개혁을 주장하다 화형당한 얀 후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주변에는 밀가루 반죽을 뱀이 똬리 틀 듯 나무봉에 감아서 숯불에 구워 계피, 설탕을 굴러서 먹는 뜨르들로(오븐에 구운 꽈배기) 파는 집이 많다. 완전 취향적격이라 만드는 걸 한참 구경했다.

광장의 남서쪽에는 프라하의 상징인 천문 시계탑이 있는 시청사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파손되고 현재는 천문시계가 있는 70m의 탑만 남아있다. 매시간 정확히 울리는 천문시계는 천동설에 기초한 두 개의 원이 나란히 돌아간다. 이 시계 때문에 관광객이 언제나 끊이지 않고 몰린다. 하지만 하필이면 내가 갔을 때 약 1년간 공사로 천문시계탑을 볼 수 없어 두고두고 아쉬웠다.

프라하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프라하성은 현재는 구왕궁에 집무실과 영빈관만 남아있다. 상당히 높은 언덕 위에 있기 때문에 강가의 야경을 내려다보기에 좋다. 성의 맞은편에서 버스킹을 하는데 정장을 입은 신사분이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 아코디언으로 클래식을 연주했다. 성의 격조에 맞는 분위기에 모두 감탄을 했다.

틴 성당은 80m의 높이의 쌍둥이 첨탑이 상징이다. 원래 이 성당의 이름은 성모마리아 틴 성당이지만 일반적으로 줄여서 부른다. 성당 북쪽 벽의 로코코 양식의 제단, 동북쪽의 아름다운 출입문, 성모마리아상, 예수그리스도상, 세례받침 등도 성당의 명물로 꼽는다. 광장에 앉아 보면 밤에 더 아름답다.

유럽 중세시대에 건축한 교량 중 으뜸인 카를교는 프라하 중심에 놓인 예술적인 보행자 전용 다리다. 늘 음악과 마술 등 퍼포먼스와 액세서리 파는 젊은이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을 볼 수 있다. 다리 중간에는 30개의 동상이 서 있는데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네포묵 성인의 동상은 하도 만져서 색이 변했다. 그 덕인지 그때 빈 소원이 이루어졌다.

프라하 시내 히스토리가 올드 트램이 또 기억에 남는다. 예약하면 30분 동안 프라하 시내를 도보 대신 편안한 관광을 위해 운행한다. 짙은 중세 향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프라하를 샴페인과 아코디언 악사의 음악을 감상하면서 더욱 멋스럽게 관광할 수 있다. 마치 그 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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