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시작됐다
‘이미’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시작됐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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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면 그 시간은 지루하지 않다. 또한 먼 길을 오가는 일정이 전혀 피곤하지 않다. 지난달 21일은 코로나 확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소한의 인원으로 예정된 행사가 있었다. 서울 프레스센터(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제23회 코리아 파워 리더 대상’ 시상식에서 화학산업 발전 부문 대상을 수상하곤 부랴부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울산역에 내려 택시로 서둘렀는데도 19시 강연 시간에 조금 늦었다. 필자가 그렇게 서두른 이유는 울산대 산업대학원 테크노CEO 과정에서 마련한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 강연 때문이었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유명한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기계공학의 융합, 인문학·동물행동학·심리학과 기계공학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어 활약 중인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다. 지난해에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시장 변화에 대해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 중심으로 풀어낸 책 ‘포노 사피엔스’를 출간한 바 있다. 포노 사피엔스는 2015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능이 있는 전화기를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다. 최 교수의 강연과 저서 내용을 인용하여 독자들과 공유한다.

인류는 언제나 생존에 유리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지금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표준이 언택트(Untact·비대면) 생활이 가능한 포노 사피엔스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이미’ 맞이해버린 포노 사피엔스 문명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 부모도 아이도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인류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혁명적 변화의 시기를 이미 지나고 있었다. 그 변화는 인류의 삶의 공간이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한다. 이후 우리 생활공간은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에만 온라인 소비가 40% 늘었다. 그로 인해 여기저기서 기존 산업 생태계의 붕괴가 일어난다. 기존 문명과 디지털 문명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문명 교체의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문명 체계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생활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 간의 갈등이 팽팽하다.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려는 인류는 언택트 생활 방식으로 강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팬데믹 쇼크라는 초유의 사태에서도 생존을 위해 먹고 마시고 일하는 일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집 안에 가만히 앉아 해결하려면 스마트폰에 의존해야 한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기반으로 한 사회 시스템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하고 심지어 더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 탄생한 후 지금은 전 세계 50억명이 넘는 인구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성인의 95%가 스마트폰을 쓰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이용 국가다. 코로나가 가져온 위기 상황은 앞면에 ‘위기’, 뒷면에 ‘기회’라고 쓰인 동전과 같다. 아직 불확실성이 놓여있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문명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다양한 문제해결 능력과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즉, 이 혁명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지식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포노 사피엔스 인재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기회로 맞고 싶다면 신인류의 소비습관을 꿰뚫고 있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언택트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성공의 비결은 ‘마음을 사는 것’이다.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경험, 킬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젠 팬덤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고, 팬덤을 만들려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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