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默言修行)?
묵언수행(默言修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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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의원으로부터 ‘아들 의혹에 대해 8개월 만에 면피성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이후 계속되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다 결국 위원장으로부터 답변을 종용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침묵을 두고 여당의원이 “국회가 혐오집단이 되거나, 법사위가 찌라시 냄새가 나고 싼 티가 난다는 평가를 듣고 싶지 않다”며 “법무부 장관이 답변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묵언 수행으로, 품격있는 대응”이라고 추 장관을 엄호했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국회의원의 품위(?)다. 묵언수행(默言修行)은 불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으로 이는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묵언수행은 말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수행)으로서, 달마선사께서는 무려 9년간이나, 면벽수행(벽을 보고 참선)을 하시면서, 묵언수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에 법사위에 출석한 법무부장관이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묵언수행에 비유한 것은 참으로 언어도단이다.

장관이라는 자리는 행정부로 우리나라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기관의 하나로 이는 받듯이 입법기관인 국회로부터 통제와 감시를 받아야한다.

따라서 장관은 해당 상임위의 국회의원의 질의 성실히 답변하고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수정하고 심하면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특히 해당 상임위의 국회의원은 권한은 개인이 아닌 투표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갖고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질의는 국민이 하는 질의로 알고 국민을 위한다는 장관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야 함에도 침묵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에다 묵언수행(默言修行)이라는 용어를 갔다 붙이는 여당 의원은 언어의 선택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국회 법사위가 어디 절간인가? 추미애 장관은 수행자인가?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는 말장난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는 온당치 못하다.

얼마 전 야당 국회의원이 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를 두고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을 인용했다가 야당의 비판은 물론이고 안씨 문중으로부터 항의방문까지 받은 적이 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은 안중근이 공판정을 왕래할 때 경호를 맡았던 일본헌병 치바 도시치 간수에게 써준 것으로 전한다. 치바는 안중근 의사가 처형된 뒤 자진하여 제대했는데, 그가 사망하자 안 의사의 유묵은 그의 부인과 조카딸 미후라에 의해 보관되었다가1980년 8월 23일 도쿄 국제한국연구원 최서면 원장을 통해 안중근의사숭모회에 기증되었다. 내용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침이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뜻이다.

이처럼 여당의 추미애 장관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아가면서도 끝까지 말도 안 되는 미사여구를 갔다 붙이면서 싸고 도는 모습은 측은해 보이기도 하다.

정권 유지를 위해 당에 헌신도 해야 하고 다음 총선 때는 공천도 받아야하고 참으로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국회의원들을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라고 말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일 잘하는 국회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의 중심은 국민에게 있는 위민정치(爲民政治)에 있어야 하며 당리당략을 떠나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올바른 소리를 낼 줄 아는 국회의원을 기대한다. 선대의 명언이나 종교적 용어를 인용함에 좀 더 신중하고 품위있는 국회의원이 되길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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