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화취실(去華就實)’의 울산인 신격호 명예회장
‘거화취실(去華就實)’의 울산인 신격호 명예회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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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한 사람의 인생은 공과 과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공이 크냐, 과가 크냐의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그 사람의 일생이 선한 영향력을 끼쳤느냐를 봐야할 것이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라는 거상(巨商)을 모르는 울산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태어난 울산사람이다. 만 19세의 나이에 정든 고향을 등지고 부관연락선을 타고 낯설고 물선 일본으로 건너갔다. 식민지 민족이라는 온갖 설움과 수모를 곱씹으면서, 고향과 조국으로의 금의환향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렸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차마 필설로 다 쓸 수 없는 모진 고생 끝에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반열에 올랐다. 근면과 성실, 타고난 사업가 기질로 번듯한 기업을 일군 그는 일본에서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한일수교 이후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으로 일본에 건너간 지 2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왔다.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 쇼핑, 건설,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오늘날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을 글로벌 기업집단으로 올려놓았다.

입지전적인 인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울산사랑은 울산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대암댐 건설로 수몰되어 고향을 잃은 둔기리 사람들을 위해 1971년부터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성대한 잔치를 펼쳐왔고, 롯데삼동복지재단을 통해 고향사랑이 곧 이웃사랑이라는 정신으로 울산지역의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울산과학관을 지어 기증하기도 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고향사람은 물론 울산사람이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돌봐주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려고 했다. 고향 울산이 대단한 은전을 베푼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마음으로 울산을 아꼈고, 울산사람을 챙겼다. 지극한 울산사랑이었고, 지독한 울산사랑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울산에는 그의 땀과 애정이 듬뿍 담긴 롯데그룹 계열사 사업장들이 지역과 국가경제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생전,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울산을 향한 그의 뜨거운 사랑이 지고지순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기업인 신격호를 뛰어넘어 울산사람 신격호를 기억하고, 그분의 울산사랑이 후대들에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영원한 울산사람인 신격호 명예회장을 기리는 선양사업을 펼쳤으면 한다. 신격호 명예회장 선양사업은 특히, 롯데그룹과 연계된 울산의 주요 현안사업의 진척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 롯데가 강동관광단지 개발의 핵심인 워터파크지구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여 2021년에 공사를 재개해 2023년에 완공키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 선양사업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 애지중지했던 별장과 생가가 있는 둔기리에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삶을 반추해보고, 울산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선양사업은 대암댐 일원의 도로인 ‘대암둔기로’를 신격호 명예회장의 이름을 붙여 ‘신격호로’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이미 울산 곳곳에는 이예 선생과 정주영 회장 등 울산을 빛낸 역사적 위인들의 이름과 아호를 딴 도로가 있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업적도 이분들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생전 집무실에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사자성어의 액자를 걸어두고 삶 속에서 몸소 실천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다’는 뜻에 걸맞게, 화려한 기념관보다는 실속 있는 기념관을 건립한다면, 신격호 명예회장의 공적은 길이 빛날 것이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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