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성매매추방주간을 맞이하여
제6회 성매매추방주간을 맞이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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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2004년에 제정되었다. 올해로 성매매방지법 제정 기념일은 제16회, 성매매추방주간(매년 9월 19~25일)은 제6회째를 맞는다. 이에 때맞춰 “당신의 관심이 성매매 없는 일상을 지킵니다”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후 16년간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울산지역 일대를 걸으며, 구호를 외치고, 세미나와 문화행사를 가지면서 ‘성매매 근절’을 위해 힘썼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는 하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16년간의 시민참여 운동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문제가 여전히 사회구성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매매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요악’이라 생각하고 성판매자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보기 때문은 아닐까?

아직도 ‘한국사회에서는 성매매가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여자는 돈이 필요해서, 남자는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성매매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하는 일’이라고 여겨 관심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가족의 누군가가 성매매를 직업으로 택했거나, 성매매 피해자라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가 있을까?

여성가족부는 3년마다 성매매 실태를 조사한다. 2019년에는 성인남성 1천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2.1%가 ‘평생 한 번 이상 성구매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3년 56.7%→2016년 50.7%→2019년 42.1%를 보면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IT산업의 발달에 따른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이 지난 4월 드러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성매매 방식도 그 중심이 성매매집결지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2019년 조사에서 여성가족부는 인터넷매체의 중요도와 심각성도 조사했다. 그 결과 온라인상의 15개 ‘성구매 후기’ 사이트의 1일 방문자는 3만8천511명, 1일 페이지뷰는 44만4천428건, 등록업소는 7천973곳, 후기 글은 98만3천684건(2019.5월 기준)으로 파악되었다. 또 유튜브상의 성매매 조장 영상은 2천425건(2019.6월 기준)으로 조사되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겪는 성적 위험도 조사했다. 2019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고생 10명 중 1명(11.1%)은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성적 유인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전체 응답자의 2.7%는 ‘만남 유인’까지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적 유인 경로’는 인스턴트 메신저 28.1%, SNS 27.8%, 인터넷게임 14.3% 순이었고, 유인자 대부분(76.9%)은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관계’로 나타났다.

위기청소년(166명)의 경우 ‘조건만남’을 경험한 비율은 47.6%(78명), 조건만남을 위해 온라인을 사용한 비율은 87.2%, 가출과 조건만남을 모두 경험한 비율은 84.6%(66명)에 달했다.

조사결과로 미루어 성매매를 유인하는 이들은 그 상대로 대체로 속이기 쉬운 청소년과 여성, 결혼이주여성들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성매매 유인자들은 왜 끊임없이 성매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고 본다. 사회 안전을 위해 남성들의 성욕을 성매매로 풀게 해줘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 그런 여성들에게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성매매산업은 커피산업보다 5배나 많은 돈(30~37조, 2015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이끌려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생물학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의 부를 위해, 누군가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몸을 사고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는 일그러진 사회다. 나의 가족이 인권유린의 현장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는 인권이 무너지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누구의 욕구를 위해 더 이상 이용을 해서도, 이용을 당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의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위기청소년 조사결과에서 보듯, 경제적·사회적·국가적 혼란이 닥칠 때마다 취약계층 특히 여성과 청소년에게 끊임없이 다가왔던 성매매의 함정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성매매 없는 일상은 우리의 관심만이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최미화 울산성매매피해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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