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의 명절’ 추석
‘비대면의 명절’ 추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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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자가 줄지 않으면서 사회 분위기도 긴장의 연속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경의 말이 생각난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억 속에서 어려움을 찾아내지만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아냅니다.”

이 말의 의미가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우리 국민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와 닿는 것 같다. 경제, 산업, 상업, 생산유통, 교육 분야 등 어느 곳 하나 어렵고 힘들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코로나19는 실체는 안 보이지만 폭우나 태풍보다 더 위력적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목숨까지 앗아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명을 받으면 그 순간부터 일상이 뒤바뀐다. ‘비대면 수칙’에 따라 일정기간 의료기관에서 격리치료를 받아야 하고,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당연한 듯 받아들여야 한다.

이처럼 무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된 것이 없고, 유언비어만 확산될 뿐이다. 한동안 확산세가 주춤해져 조금은 안심해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그 기세가 다시 고개를 쳐들면서 정부, 지자체, 의료계 할 것 없이 긴장감이 높아지고 국민들도 다시 불안과 초초함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모두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비대면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 가족 사이에도 벽이 생기고, 직장동료나 신도, 지인이나 모임 회원도 만나기가 부담스럽다. 떨어져 사는 부모와 자식도 속 편하게 만나기가 어렵고 귀여운 손자, 손녀 보기도 힘들어졌다.

추석명절을 허전하고 초라하게 보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 준비를 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던 모습을 올 추석에는 상상만 하게 될 것 같다. 어르신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실까.

해마다 명절이 되면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들뜨고 설레고 즐거웠다. 그러나 올 추석명절만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명절을 앞두고 미리 해두던 부모·조상님 산소의 벌초작업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 고향 소식이고 보니 안 그렇겠는가. 마음이 무겁고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황금들판, 채색이 짙어가는 나뭇잎들…. 이 정겨운 풍경들이 고향이 그리운 이들에게는 소소한 행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악령은 이들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천고마비의 맑은 하늘도, 풀벌레 소리도, 시냇물 소리도, 올 익은 벼를 베는 모습도, 붉은 고추를 함께 웃으며 따는 일도, 밤새 모여앉아 옛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꽃을 피우던 모습도 이젠 추억의 곳간 속에서나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환하게 웃으시며 자식들을 바라보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코로나19. 그 바이러스가 심술궂게 바꿔놓은 일상을 언제쯤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지만 나오는 건 긴 한숨뿐이다. 어쩔 도리가 없는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과 일가친척 분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담아 안부전화라도 드려야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생각난다. 보름달이 환하게 밝은 시골집 마당에서 서로 정담을 나눌 때에나 어울리는 이 말이 평온한 추석명절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일깨워 주는 것만 같다. 비대면의 명절 추석이 올해만 있고 더 이상은 없기를 기원해야겠다.

임정두 울산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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