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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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수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30일을 기해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며 강력한 단속과 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울산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울산은 100여일 가까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적도 있고 이후에도 확진자 수가 미미해 스스로 청정지역이라 칭해 왔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색해 졌다.

대규모 사업장이 밀집해 있고 특히 장치산업이 많은 울산의 석유화학공단은 24시간 공장가동을 멈출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어 만약에 코로나19가 대형 사업장으로 번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옛날에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1945년 10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귀국 일성으로 유명하다. 이 말은 이 대통령이 창안한 것은 아니며, 동서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선각자들이 흔히 얘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려 대막리지를 지낸 연개소문이 죽기 전에 아들들에게 화살 하나를 꺾도록 하자 모두 꺾었는데 다시 화살을 세 개 묶어 꺾으라고 하자 아무도 꺾지 못했다.그처럼 형제들이 힘을 뭉치면 누구도 꺾지 못 할 것이라는 절전지훈(折箭之訓)을 유언으로 남겼으나 형제끼리 자리다툼을 하는 바람에 고구려가 멸망하게 되었다.

근래에는 1980년대 후반 시위현장을 달군 노래 ‘파업가’도 “흩어지면 죽는다”로 시작된다. 동서고금과 좌우를 막론하고 많은 조직과 집단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동단결’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유용한 구호였다.

그러나 요즘 코로나19 대응책에는 “뭉치면 죽는다. 흩어져야 산다”이다. 이제 최대 명절 추석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리는 추석에는 보통 3천만명 이상이 고향을 찾거나 친지를 방문하곤 했었다.
올해 추석에도 이 많은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날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명절 연휴 특별 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이동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앞으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기간엔 무증상 잠복감염을 완전히 통제하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가 이동을 자제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따라서 이번 추석 명절에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것이 많은 국민에게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되겠지만 백척간두에 선 이 나라를 구하고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응해야 한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올해 추석 이동 제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9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추석 연휴 이동제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성 응답자들은 ‘거리두기 2단계로는 코로나19 추가확산 위험이 커 이동제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지역과 연령,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대체로 추석이동 제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대부분이 이처럼 이동제한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연휴동안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학생들은 물론이고 기업체 임직원, 자영업자 등 모두가 이제는 더 이상 견뎌 낼 여력이 없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번 추석 연휴동안 이동을 자제하고 사람 간 거리두기를 실천해 더 이상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현실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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