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 미래는 행복할까?
코로나 이후 우리 미래는 행복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0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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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19가 찾아오기 전에는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몰랐다. 코로나는 더욱 몰랐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과 삶의 질 향상으로 백세 시대가 도래했지만, 조그만 바이러스 하나가 인간의 생활양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른바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가 펼쳐졌다. 그런 가운데 울산대 산업대학원 테크노CEO 과정에서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의 초청강연을 듣게 되었다. 먼저, 잠복기란 ‘hidden period’가 아니라 ‘incubating period’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우 교수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생태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88만원 세대’ 저자로서 언론에서 많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진보경제학자다.

우 교수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주요 체크 포인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는 코로나19가 역대 최강의 바이러스이며,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한 가을과 겨울의 대유행은 온도 변수가 있으리라는 가정 하에 설정한 것이라 했다. 하지만 온도 변수가 없다면 상시 유행과 단파동 함수로 중장기 미래 예측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유행은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큰 변동 없이 가리라 보고 대처하는 것이 안전하다. 백신 개발 및 임상, 생산 시간과 보급 기간 등을 고려해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둘러싼 ‘머니 게임’이 극단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완벽한 백신 개발보다는 치료제 개발이 옳은 듯하다. 매년 발생하는 독감의 백신 효력은 불과 몇 개월 가질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크게 나타난 세 가지 사회적 특징이 있다. 방역 단위는 어쨌든 국가 차원이 되면서 1990년대 세계화 이후로 시장 논리에 밀려 국가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는데, 지금은 “어느 나라에 사느냐?”가 개인 일상의 가장 큰 함수가 되었다. 그리고 잘하든 못하든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정치다. 지금까지는 극단적으로 정치가 우스꽝스러운 존재로서 “그냥 잘 생긴 사람 시키면 돼”, “고향 친구 시키면 돼” 식이었다면 코로나19와 함께 선거도 더 강화되고 선택 과정도 보다 중요해졌다. 또한, 방역의 방향은 중앙정부가 결정하더라도 실제로 방역과 지역경제는 로컬 단위로 움직인다. 그만큼 역할이 커졌다. 솔직히 코로나 이전에는 대구시장이 누구인지 신경이나 썼는가.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라인은 “미국의 캐트리나 허리케인을 핑계로 사실 이전에 시장이 하고 싶었던 조치인 ‘재난 자본주의’를 강화시켰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도 대면 의료, 예비타당성 사업 완화, 케이블카 건설, 국립공원 휴양시설 등의 사업이 ‘재난 자본주의’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예전에는 극심한 반대 여론을 지폈을 반대 쪽 시민들의 여력이 지금은 극도로 약화된 상태다. 한국 시민사회는 전통적으로 대면 관계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힘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장치산업이 주력산업인 울산은 코로나 이후의 산업 지형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군은 크게 약간의 변화는 오겠지만 원 상황으로 돌아갈 산업, 관광·영화 등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산업, 코로나 이후 더 좋아질 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집중과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산업 분야는 글로벌 가치 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의 재조정으로 한국 제조업이 부분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중 갈등 강화로 한국에게는 부분적으로 기회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팬데믹 경제의 핫 이슈로 부상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한 필자의 질문에 우 교수는 “뉴딜 정책 방향이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을 주었다.

과연 코로나 이후 우리의 미래가 어찌 변할지 무척 궁금하고 걱정된다. 결국, 교육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보편화되고,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관한 담론이 강화되면서 공공성의 재구성 및 지식 경제와 문화 경제에서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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