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십리대숲 이정표를 만들자
태화강십리대숲 이정표를 만들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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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싶리대숲’에 피서를 왔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대나무 숲 정원이다. 피서객은 대숲의 대나무같이 많았다.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무더위를 더 느끼게 한다. 만회정(晩悔亭)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색이 완연하다. 대나무 군락은 폭염을 가려주고, 댓잎은 바람을 일으켜 땀을 씻어준다. 도심을 떠나 멀리 가지 않아도 대숲 산책으로 힐링하기엔 으뜸이다.

10리(4km)에 걸쳐 이어진 대숲 길은 평지다. 태화강 서쪽 삼호에서 태화루까지는 성인 걸음으로 1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대밭의 죽순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장마가 대밭의 죽순을 키워낸 것일까. 그야말로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대밭 여기저기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뾰족뾰족 올라와 있다. 밑동이 잘린 죽순도 많다. 식자재로 캐간 모양이다. 아삭거리는 죽순잎의 식감을 생각하니 침이 절로 고인다. 죽순 맛을 아는 이가 채취하는지 ‘금지’ 문구가 적혀있다.

숲길로 이어진 대나무 울타리가 옛 생각에 젖게 한다. 60~70년대 시골집 화단의 경계로 만든 울타리와 흡사하다. 울타리를 만들어 화초를 보호했듯, 식물인 대나무와 죽순도 마찬가지일 게다. 울타리는 간벌한 대나무를 재료로 사용했다. 대나무를 ‘8’자형으로 만든 후 녹색 끈으로 묶어 매듭을 지었다. 친환경 공법으로 만들어 디자인 등록까지 해두었다니 ‘십리대숲’에 쏟는 울산시의 관광에 대한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숲길은 대나무로 만든 체험거리 일색이다. 어린이들은 음반처럼 만든 실로폰이 신기한 듯 두들긴다. 키와 허리둘레 재는 곳은 남녀노소 없이 들락거린다. 연인들은 낙서가 허용된 대나무에 깨알 같은 글을 적느라 바쁘다. 야간 볼거리인 ‘은화수’ 길엔 LED조명마저 대나무 옷을 입혔다.

얼마나 걸었을까.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10리를 다 걷는 것은 무리였다. 제법 걸은 것 같아서 두리번거렸지만,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미터)와 소요시간을 안내하는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걷는 도중 좌우측에 갈림길이 있었지만, 어느 쪽으로 나가야 되돌아가기에 짧은 거리일지 고민스러웠다.

마침 십리대숲 입구 쪽에 위치한 ‘태화강국가정원 안내센터’에서 가져온 리플렛을 펼쳤다. ‘태화강국가정원 안내’ 자료에는 내가 있는 현재 지점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정원 위주의 주요 지점만 안내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 속의 십리대숲은 태화강대공원에서 심장부 격인데 소요거리 표기와 ‘안내지’조차 없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십리대숲과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강대공원의 3종 종합관광상품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여행자들은 갈림길의 안내에 따라 태화강전망대나 조류생태원으로 가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자연생태계 현장을 강변에 만들어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꾀할 수 있게 한 흔치 않은 곳이다. 울산의 자랑이다. 그쪽을 지나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는 국가정원 길을 걸을 수 있다. 나처럼, 물고기가 뛰노는 강둑길을 걸으며 나룻배를 타는 사람과도 마주할 수 있다.

이것이 ‘십리대숲 이정표’를 만들어야 할 이유이다. 대숲 길목마다 자신이 걷고 있는 현 지점이 어디인지, 갈림길을 나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목적지마다 소요시간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안내는 길손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정표를 정비하고, 안내지를 만드는 배려가 여행객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힘이 된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푸른 울산의 상징물이다.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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