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성묘도 못해” 울산 수몰지역 실향민들 분통
“이젠 성묘도 못해” 울산 수몰지역 실향민들 분통
  • 성봉석
  • 승인 2020.09.0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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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지원 중단 결정에 옹태마을 주민 후손들 항의수자원公 “선박검사 결과‘여객 불가’… 대책 고심 중”
울주군 옹태마을 주민 후손들은 3일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지사를 방문해 사연댐과 대암댐 수몰지역 성묘객을 위해 30여년간 이어오던 선박 지원 중단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지원 기자
울주군 옹태마을 주민 후손들은 3일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지사를 방문해 사연댐과 대암댐 수몰지역 성묘객을 위해 30여년간 이어오던 선박 지원 중단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지원 기자

 

“성묘도 못하는 실향민의 고통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조상님을 볼 낯이 없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지사가 최근 사연댐과 대암댐 수몰지역 성묘객을 위해 30여년간 이어오던 선박 지원을 중단하면서 실향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3일 사연댐 건설에 따른 수몰지역인 옹태마을 주민 후손들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한식과 명절 등 매년 성묘철이면 사연댐 건설로 인해 고립된 분묘의 성묘를 위해 실향민들에게 선박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올해 추석을 앞두고 성묘를 하려던 후손들은 갑작스레 선박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수자원공사 측의 얘기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옹태마을 주민 후손 김반식(73)씨는 “30여년간 선박을 잘 지원해주다가 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선박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물이 빠지지 않는 이상 조상님 묘를 찾아갈 방법이 없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명절을 앞두고 당장 성묘철이 코앞인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실향민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조상님을 볼 낯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또한 김씨와 친지 등 3명은 이날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지사에 항의 방문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지사 측은 최근 선박 정기검사에서 여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 선박 지원을 중단했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그간 성묘객 선박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성묘객의 편의를 위해 선박을 지원했다”며 “그러나 최근 정기검사에서 검사기관이 여객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성묘객을 승선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2척의 선박은 순시선과 작업선으로, 여객용이 아니기에 작업자만 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객 등록을 위해서는 관리선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어 “지적을 받기 전까진 몰랐지만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당장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현재 본사에 보고했고, 본사와 검사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이 협의한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에는 울주군 대곡저수지에서 성묘객을 태운 선박이 침몰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해당 선박은 평소에는 저수지 관리 용도로 사용했으며, 설 연휴를 맞아 사고 당일 하루 동안 성묘객 이송에 사용됐다. 성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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