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白書)와 흑서(黑書) 대결
백서(白書)와 흑서(黑書) 대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8.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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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의 결과물인 백서(白書)와 흑서(黑書) 대결이 국민들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흑과 백의 이념논쟁이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다. 아마도 이 나라 대한민국의 종말을 고하려는 분열극의 정점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얼마 전 시민들의 모금으로 발간된 조국 백서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이라는 표지 명으로 조국(曺國)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태 당시 검찰과 언론의 행보를 각각 검란(檢亂)과 언란(言亂)으로 규정하며 검찰과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분석, 방향을 제시했다.

백서에서는 “이 책은 ‘마지막 백서’가 아니다. 검찰개혁과 조국 사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을 바라보며 몇몇 사람들이 먼저 정리한 ‘1차 백서’에 더 가까울 것이다. 백서 참여자들은 2019년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사태와 갈등을 ‘검찰개혁을 위한 진통’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지명 이후 제기된 세칭 ‘조국 일가 의혹사태’에 대한 의혹과 논란들을 “관행이자 사회문제 탓이지 조국은 잘못이 없다”로 요약됐다고 지적했다.

‘조국 백서’는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일가 의혹사태’에 대해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시스템과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됐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어느 시대, 어느 상황도 절대적 도덕률이나 절대적 공정성이란 것은 없다. 도덕률, 공정에 대한 관점과 태도도 일반적 관행과 문화 안에서 좌표를 찍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은 변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최근에 출판된 조국 흑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표지 명을 달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 김경율 회계사 등 5명이 공동 집필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정권을 비판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이 책의 집필 이유를 밝혔다.

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와 사모펀드, 가족재산 형성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된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취임사와 달리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전혀 정의롭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이 나라 국민들은 두 권의 책을 놓고 더 깊은 이념 논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극과 극,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백서(白書)의 기원은 영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발표하는 공식 문서에서 비롯된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정부의 외교 정책 보고서 표지에 흰 표지를 붙이고, 의회의 보고서에는 푸른 표지를 붙였다. 여기에서 비롯돼 우리는 주로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하여 그 현상을 분석하고 장래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발표하는 보고서를 백서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기에 흑서(黑書)라는 말은 그냥 백서의 반대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문제는 백서와 흑서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 조국장관을 둘러싼 정부의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백서도 중요하고 이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흑서의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흑서와 백서가 시정에 대해 잘못된, 잘됨을 논하는 장이 아닌 이념의 논쟁으로 번지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갈등을 부추겨 국론을 분열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심각한 사회현상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흑백의 논리보다는 화합과 소통으로 이 난국을 극복해주길 소원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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