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두 딸에게 하고픈 말
사랑하는 두 딸에게 하고픈 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8.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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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작은 로망이 하나 있었다. 예쁜 딸을 낳아 가끔 술 한 잔씩 하는 것이다. 운 좋게도 정말 이쁘고 사랑스러운 두 딸을 가졌다. 큰딸은 화학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고, 작은딸은 간호대학교를 열심히 다닌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돌아보니 쉼 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다. 세월이 흐르면 열심히 달린 결과가 보람으로, 가족의 행복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그래서 가족과 해야 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왔다. 지금 돌아보니 내 잘못이다. 나만의 희망 고문으로 주관적으로 가정을 이끌어 왔다.

그래도 내가 자라면서 하지도 받지도 못한 것을 가족에게는 최대한 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았다. 내 시대와 현재 가족의 바람은 과학기술과 문화 발전의 폭만큼 너무 많이 변했다. 그 당시 내가 받지 못해 해주고 싶은 대부분은 요즘 세상엔 당연히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좀 슬픈 얘기지만, 난 초·중·고 모두 졸업식 및 입학식에 부모님이 오신 적이 없다. 우리 세대 부모님은 먹고살기 바쁘다 여겼다. 그래서 우리 딸들에게는 빠지지 않고 다녔다. 물론 빈부격차가 커진 요즘에도 아직 내 어릴 적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젊은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잘 되면 뭐 하겠어!” 가족과의 추억이 희미하고 함께한 시간이 적다는 사실에 인생의 로망이 점점 늦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 과정을 빼곡 채우면서 살아와야 했다. 물론 가족과의 과정을 함께하면서 열심히 달렸으면 더욱더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땐 영업 목적으로, 노후에 친구들과 더 잘 만나려고, 열심히 산다는 명분으로 가족에게 소홀했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근본적으로 미래를 위한 희망 고문의 망각에 빠졌던 것이 내 문제의 근본이었다. 우리 가족 간에도 약간의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누구나 알아서 배려할 수는 없다. 누군가 알려줘야 배려할 수 있다. 그래서 알아서 해주길 바라지 말고 서로 먼저 기분 좋게 알려주자. 그리고 알아낸 것은 상대방 처지에서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행동을 하자.

이 기회에 두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희는 아빠처럼 살지 마라. 아빠는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족에게 희망 고문을 하며 살아왔다. 내 딸들은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진정한 부자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빠는 작은 사업이지만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아쉬워하고 원망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누리며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돈을 좇지 마라.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누릴 줄 알면 돈은 따라온다. 아빠가 그나마 잘한 일은 항시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즐기면서 살아온 일이다. 가진 만큼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라. 단,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무엇이든 쓰면 기분이 지속해서 좋아야 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따라 돈을 쓰고 노력하면 낭비와 과시는 저절로 사라진다. 미래를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누리며 살면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살다 보면 기회는 여러 번 찾아온다. 그때 기회를 준 사람은 좋은 뜻이지만 받는 사람은 기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때는 본인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인지에 가치를 둬야 설사 실패해도 후회도 실망도 적다.

주어진 지면이 다 돼 간다. “사랑하는 두 딸아! 너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의무는 다하지 않고서 권리만 가질 수는 없지 않으냐?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가만히만 있으면 알아주지도 않고 되는 것도 없다. 어디서 들은 얘기지만 ‘너희가 태어나 어릴 때 효도는 다한 것이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릴 때 아빠 옆에서 웃어준 것만으로, 아빠에게 달려와 안겨준 그것만으로. 지금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제 성인이 되어 그런 맛은 없지만,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너희는 아빠보다 더 행복하길 바란다. 아빠도 현재 가진 것을 누리며 살 테니, 너희도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누리거라. 사랑한다!”

최상복 울산과학대 겸임교수, 케이에이알 연구소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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