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이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3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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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울산의 한 청소년 진로체험직업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8월 초에 고교생 진로 멘토링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올해는 확실히 예년과 비교된다. 작년만 해도 학기가 시작되면 학사일정에 맞추어 진로탐색, 직업체험 등에 대한 강의 문제로 여러 차례 협의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다소 위축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전폭 공감이 간다. 외부인사를 학교에 초빙하거나, 체험·견학을 위해 외부를 방문하게 하는 일은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도교사들이 개인위생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도록 청소년들을 꼼꼼하게 챙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시점에 교육청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진로탐색과 직업체험을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청소년 진로와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그저 내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보통의 사업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진로와 직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한층 더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수년간 지원해주다 보니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많이 생겼다. 진로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청소년을 만나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려고 애쓴 일, 건설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청소년을 나의 사업체에 데려와 방학기간에 근무체험을 하게 한 일, 직업체험을 위해 도면판독법과 문자도안을 가르쳐주고, 건축미니어처를 함께 제작하면서 그들의 꿈을 키워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때로는 청소년 진로 분야에서,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해도, 어엿한 중견강사이자 멘토라는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가끔은 교육현장에서 새내기 진로강사를 만날 때가 있다. 자신의 직업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이분들을 만나면 새내기 강사 시절의 경험이 생각나 조심스레 다가가서는 첫 강의 때의 시행착오 얘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그 무렵에 저지른 과오 하나가 생각난다. 청소년들과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가운데 나만의 직업세계를 그들에게 주입시키려 했던 일이다. 이런 식으로 강의를 하다보면 이내 반응이 나타난다. 흥미를 잃고 조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때 그들이 나를 ‘꼰대’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이후 나는 청소년들과 더 친해지려고, 그들의 세계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진로를 찾아주고 직업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못지않게 그들의 눈높이와 의식수준에 맞춰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퇴근을 하면 청소년 관련 서적과 온라인 자료를 열심히 찾아서 탐독했다. 그 덕분에 청소년복지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했고, 2년 전에는 청소년지도사 시험에도 합격했으며, 올해는 자격연수를 무난하게 마칠 수도 있었다.

한번은 지인이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건설사업에 몸담았으면 그런 쪽 자격증 취득에 힘써야지 너무 엇길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만날 때는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건설현장에 나갈 때 필요한 보호장구와 공구들을 반드시 챙기듯이….

지금도 나는 신중하게 고민을 한다. 이론과 현장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현장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의 경험담과 시행착오, 조언을 아낌없이 듣기 위해서라도 나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 날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그때까지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는 일에 조금도 주눅이 들지 말았으면 한다. 진로 분야에서 근무하는 주무관과 선생님, 청소년기관 관계자, 지역사회단체 등 모두가 이를 위해 협력하고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숙 청소년 진로멘토·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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