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더 고민해 보자
행정수도 이전 더 고민해 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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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꺼진 듯했던 행정수도 이전의 불씨가 16년 만에 다시 점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핵심 의제로 일제히 띄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파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청와대와 국회까지 옮기는 ‘행정수도’ 건설이 입법, 행정, 사법의 중심지가 바뀌는 사실상의 천도(遷都)로 나라의 흥망에도 영향을 주는 중대사로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는 중대한 문제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 나라의 수도는 그 나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대표 도시로 국제사회는 수도를 통해 그 국가의 정체성을 읽는 것이다. 정치권은 행정 수도를 이전했을 때 얻어지는 경제적, 정치적 효과, 국가 경쟁력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낼 수 있는 방안부터 검토하고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불어 닥친 수도권의 집값 폭등 등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 앞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산하지 말고 순수한 국가 발전이라는 명제에만 충실하게 접근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다. 정치, 경제 등 사회기반 전체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면 비수도권은 황폐·피폐화돼 고사 직전이다. 망국적인 국가불균형 상황이다. 수도권의 재원 분산과 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이 천도가 될 수도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일이 있지만 행정기관을 모두 세종시로 옮겨간다고 국가 발전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행정기관 모두를 세종시로 옮긴다면 서울의 과밀을 일부 해소함으로써 폭등하는 집값을 다소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울에 밀집한 기업들의 불편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행정서류가 복잡한 우리나라 행정 현실에서 기업들이 업무를 보기 위해 본사를 다시 세종시로 옮기거나 세종시에 별도 사무실을 설치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정부기관의 위치를 바꾸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행정기관의 대부분을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청와대는 서울에 있고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서울이 하고 있다. 일각에서 행정수도니 경제수도니 하는 이상한 용어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용인된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행정과 경제의 두개의 수도를 둔다면 국제적으로 수도는 어디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도 없고 국민적 여론 수렴이나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 채 수도이전 TF팀 구성이니 하는 행동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수도 이전은 국가의 대표적인 교육, 교통,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이 바뀌는 것으로 국가의 정체성까지 새롭게 정립해야하는 중차대한 일인데 하루아침에 수도를 이전하겠다, 수도를 이분화 하겠다는 발상은 국민들의 분란과 지역이기심만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시작하면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안’을 정부가 발의하게 됐고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개념은 조선시대의 ‘경국대전’부터 이어져온 ‘서울’이라는 논리였다. 헌법상에 수도가 서울이라는 문구는 존재하지 않지만, 관습법적으로 수도는 서울이기 때문에 수도를 이전한다는 해당 법률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민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정치적 의도와 당리당략을 절대배제하고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과 법리적 타당성, 그리고 국민의 지지도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것이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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