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학춤’, 목포에서 베트남까지
‘울산학춤’, 목포에서 베트남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19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인이 코로나19 후유증을 못 이겨 가게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다음날 남의 가게에 설거지 알바를 갔다고 했는데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비슷한 사례는 아니지만, 필자도 한때 차비가 없어서 농촌의 밤길을 5킬로나 걸어간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간다. 밤길을 걸으면서 떠오른 천만가지 상념과 회환은 서러운 눈물이 되어 앞을 가렸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박멸되어 모두가 환하게 웃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20여 년 전, 필자도 어쩔 수 없이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삶의 아픔들이 마음 속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그 상처들은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터득한 것이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지금껏 쌓인 인내와 수용의 자세는 마지못해 인정하는 피해자의 합리화가 아니다. 내 의지로 선택한 용기였고, 불교수행자인 필자를 사회참여의 길로 이끈 동기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의 하나가 ‘울산학춤’의 탄생이었다.

‘계변(戒邊)’은 울산의 신라시대 이름이다. 계변에는 ‘계변천신 가학강림 신두산(戒邊天神駕鶴降臨 神頭山=계변의 천신이 학을 타고 신두산에 내렸다.)’이란 설화가 스미어 있다. 또 ‘학성(鶴城)’은 울산의 별호(別號)다. 계변설화의 내용과 학성이란 지명은 이 지역 조류 생태환경의 바탕에서 생성됐다. 울산에서 ‘두루미’라 부르는 ‘학(鶴)’은 1927년 동천(東川)에서 한 마리가 잡혔고(조선일보, 1927.2.7 병영 발 기사), 1933년에 발행한 『울주군향토지』에는 청량과 범서에 학이 서식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87년간 학이 관찰된 적은 없다. 울산 습지생태의 주역이었던 학은 서식지가 점차 사람의 생활 중심지로 바뀌면서 떠나간 뒤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울산학춤’은 계변설화와 학성을 바탕으로 살아가던 학의 생태가 그 뿌리다. 현재에도 울산학춤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슬기롭게 이겨내면서 그 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울산 한국무용팀의 ‘이정화 한국춤 프로젝트’가 제23회 울산무용제 대상을 차지해 오는 9월 제29회 전국무용제에 울산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대상작 ‘학성’은 평화롭던 학의 고장 울산이 경제난으로 불신과 오해가 쌓여 파괴됐다가 다시 화합의 장으로 합쳐지는 과정을 숲·늪·울림·빛 등 4개의 장으로 표현했다.…제29회 전국무용제는 ‘평화의 춤! 춤의 사랑으로’를 슬로건으로 오는 9월 11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원주 치악예술관 등지에서 열린다.”(본보 2020.6.8)

무용의 제목과 내용에 ‘학성(鶴城)’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성이씨 가문의 무용인 이정화는 울산을 ‘학성’이란 제목으로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울산학춤’ 전국대회서 수상 성과/이정화씨 ‘목포 전국국악경연대회’서 무용 일반부 대상/울산학춤보존회 김성수 명예회장(철새홍보관 관장)이 창시한 ‘울산학춤’이 전국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김성수 명예회장의 제자인 이정화씨가 28일 ‘제32회 목포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울산학춤으로 무용 일반부 대상(전라남도지사상)을 받은 것. 이 가운데 이정화씨는 무용 일반부에서 전국 20여명의 무용가와 겨뤄 “색다른 춤”, “울산학춤을 배우고 싶다”는 호평을 얻으며 최고상인 대상을 거머쥐었다.”(본보, 2020.6.29)

울산학춤이 삼학도로 유명한 목포에서 대상을 받았다. 목포 전국국악경연대회의 무용 일반부에서 최고의 상을 차지한 것이다. 역시 학성이씨 가문의 딸 이정화가 그 주인공이다.

요즘은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전 서원대 무용과 전유오 교수(61)가 울산학춤 배우기에 한창이다. 그녀는 2020년 5월 넷째 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울산을 찾고 있다. 이미 7주가 지났고 기량도 상당하다. 전 교수는 실기뿐 아니라 이론에도 관심을 보여 한 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2017년 4월 5일, 오후 7시 30분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합동무용극 ‘800년의 약속’이 펼쳐졌다. 1226년 난을 피해 고려에 도착한 리옹뜨엉 왕자는 도적떼와 몽골군을 물리치며 고려인들을 도왔다. 80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는 2,000여명의 후손들이 ‘화산 이씨’로 살고 있다고 한다. ‘800년의 약속’은 ‘화산 이씨’의 내력을 합동무용극으로 꾸민 것이다.

이번 작품을 안무하는 무용가 전유오씨는 ㈜대원 전영우 총괄대표 회장의 딸로 선화예술중고와 이화여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물맷돌무용단을 창단해 최근까지 활동했으며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서원대 무용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동양일보 2017.4.3)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느 시점 한국과 베트남의 하늘길이 막혔다. 전유오씨는 막힌 하늘길이 열릴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1회 약 3시간의 수업을 향한 그녀의 열정은 대단하다. 울산학춤을 배우기 위해 서울에서 울산까지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는 수업을 1시간만 하고 돌아갈 때도 있었다. ‘울산학춤’은 코로나에 대항하며 전남 목포에서 동남아시아 베트남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박사·철새홍보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