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달리며 시작하는 하루
두 바퀴로 달리며 시작하는 하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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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지인이 자전거를 선물로 주셨다. 색상도 평소에 좋아하는 연두색이라서 마음에 들었고, 나지막해서 위험을 느낄 때는 발이 바닥에 닿을 수 있으니 멈출 때도 안전해서 좋다. 자전거 타기는 몸으로 익히는 기술이라서 한 번 배우면 유효기간이 평생을 간다는 것도 아주 매력적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나이를 잊어버린다. 그 옛날 고무줄뛰기 하며 놀던 까무잡잡한 소녀시절로 되돌아가게도 한다. 처음 페달을 밟았던 기억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성장한 나는 꽤나 말괄량이로 자랐었다. 엄마가 위험하다고 자전거는 타지 말라고 당부하셨지만, 오빠한테 몰래 배워서 탔었다. 그 때는 높이가 조절되지 않아서 키에 비하면 제법 높은 자전거였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주어야 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뒤에서 잡아주던 사람이 손을 슬며시 놓는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가 잡아주고 있을 것이라고 안심하며 앞만 보고 나아간다. 자신도 모른 채 혼자서 타는 순간부터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물론 익숙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넘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홀로서기 한 지 얼마 안 되던 어느 날,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다가 도랑에 빠져서 심하게 다쳤다. 소독을 하고 약을 발랐지만 상처가 아무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도 오른손 손목엔 자벌레 같은 모양의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자전거가 주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그때 엄마 몰래 자전거를 배워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일찍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가까운 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그런 다음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보드랍고 시원한 바람이 볼에 스치는 느낌은 자전거를 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그럴 때는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저녁엔 가끔 동해바다가 훤히 보이는 주전에 가서 페달을 밟는다. 파도소리를 듣고 물보라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때로는 초승달과 별을 보며 타기도 하고, 특히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서 바다에 비치는 윤슬을 볼 때는 마음이 충만해져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전거를 차에 싣고 다니다가 마음 가는 곳이 있으면 두 바퀴로 달려본다. 그러면 자동차로 가면서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속속들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어느 고택 지붕의 낙숫물 떨어지는 것도 바라볼 수 있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풍경 사진을 찍기에도 편리하다.

마음이 무겁고 기분이 조금 울적해지려고 할 때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금세 깃털처럼 가볍고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는 인류의 가장 고귀한 발명품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근력을 키우는 데 더없이 좋은 운동이요,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타고 가니 환경도 보호하고 경비도 아낄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자전거를 선물해주신 지인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최근엔 아주 신나는 목표가 생겼다. 온가족이 함께 두 바퀴로 달리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함께 달릴 것을 상상해보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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