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모든 활동, 자율의지에 맡기는 게 순리”
“교회 모든 활동, 자율의지에 맡기는 게 순리”
  • 김정주
  • 승인 2020.07.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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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는 지구촌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여진 이상의 공포로 다가온다. 그 재앙의 쓰나미는 국내 종교계라고 봐주지는 않았다. 다수의 신앙인들에게 ‘신앙의 보릿고개’라는 신개념의 시련을 안겨주고 있는 것.

국내 종교계를 굽어보면 기독교 개신교계가 입은 타격이 가장 컸다. 그중에서도 존재감이 겨자씨에 지나지 않는 미자립(未自立)·개척교회들은 연명(延命)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는 실정. 그런저런 사정도 귀담아들을 겸 ‘기독교 한국침례회’ 소속 새울산교회(울산 남구 왕생로172번길 23)를 26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유병곤 목사(64·시인·칼럼니스트)를 지난 10일(금) 낮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2~4월은 미자립·개척교회 특히 힘든 시기”

‘칭찬박사협회’가 주는 ‘칭찬박사 1급’ 자격증(2018.12.6.) 소지자답게 온화한 미소가 전매특허인 유병곤 목사. 그런 그의 얼굴에도 최근엔 가끔 수심(愁心)의 그늘이 드리울 때가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가져온 ‘목회의 그늘’인지도 모른다. 어려운 질문을 조심스레 건넸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5월부터 조금 나아졌지만 2~4월은 모두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미자립·개척교회는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그나마 우리 교회는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었지만….”

한 해의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첫 주일은 ‘맥추감사절’(일명 맥추절·麥秋節). 7월 5일자 교회주보 맨 뒷면 ‘기도합시다’란 제목의 ‘목양칼럼’에 눈길이 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2월말부터 4월말까지 꼬박 두 달은 정상적인 예배를 드리지 못했는데도 상반기 재정결산을 보니 하나님 은혜 감사할 뿐입니다.…코로나로 모두가 어렵다는 가운데서도 말씀에 순종하신 성도님들의 헌신으로 플러스 되게 하시고 부채도 갚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새울산교회가 교회 건물(예배당)을 새로 지어 입당(入堂) 행사를 가진 날은 1999년 10월 1일. 오는 9월말이면 만 21년을 채우게 된다. 그래서일까, 목양칼럼은 이런 말로 이어진다. ‘그 때 부채가 2억3천만 원이었는데 현재 6천300만 원으로 줄었으니 많이 갚았습니다만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보너스 없이 12개월씩 명절에도 교회에서 떡값 한번 받지 않고 빚을 줄이려고 애써 왔으나 아직도 다 갚지 못했습니다.…성도님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부채 있다는 말도 헌금설교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주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새울산 가족 여러분들도 2년 안에 교회부채를 다 갚을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에 찍은 새울산교회 교인들의 예배 모습. 재적교인 수는 약 80명이지만 출석교인 수는 60명 남짓한 소규모 교회 중의 하나다.
)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에 찍은 새울산교회 교인들의 예배 모습. 재적교인 수는 약 80명이지만 출석교인 수는 60명 남짓한 소규모 교회 중의 하나다.

 

25년 인고의 세월, 기도와 신앙으로 극복

유 목사로서는 인고(忍苦)의 세월이 참으로 길었다. 울산에서 담임목사로서 목회(牧會)를 시작한 것은 1995년 5월. 하지만 부임 한 달 만에 사역(事役)의 터전 예배당을 화재로 잃었고, 그 주름살은 지금까지 25년의 나이테로 남아 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의 기습까지 받았으니, 그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유 목사는 맥없이 주저앉은 적이 없다. 그 힘은 뜨거운 기도, 깊은 신앙심에서 샘솟음을 확신한다. 비록 ‘개척교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자립’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하나님이 짐짓 짐 지워 주신 시련의 멍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 목사는 그런 시련 속에서도 성경 말씀을 실천에 옮기려고 애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길을 뻗치는 것이다. “우리 교회보다 더 작은 여남은 교회에 쌀이라도 사는 데 보태 쓰시라고. 작은 도움을 드릴 뿐인데, 말을 꺼내기도 부끄럽습니다.”

여러 교회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울산지역의 개신교회 수는 대략 600~700개 남짓. 이 중에서도 같은 교단의 작은 교회에 ‘월세’ 즉 건물임대료라도 보태줄 수 있는 신도 1천 명이 넘는 대형교회 수는 겨우 손꼽을 정도다. 미자립 교회 중에는 신도 수가 30~40명 또는 10~20명 수준인 곳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들이닥쳤고, 잠시 느슨해졌던 방역당국의 압박수위도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니 미자립·개척교회들로서는 그야말로 난처한 처지.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강력 반발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한교총은 지난 8일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10일 저녁 6시부터 정식 예배는 괜찮고 소모임과 단체식사는 일체 못한다는 방침을 당장 접으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 한교총은 모임이 문제가 아니라 참여자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가 문제라는 사실을 중대본이 간과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유병곤 목사가 저술한 3가지 저서. 유 목사는 시인,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유병곤 목사가 저술한 3가지 저서. 유 목사는 시인,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20분 설교 동영상’ 독학으로 유튜브에 올려

교제 시간을 맥추절에 잠시 가졌던 새울산교회도 고민이 한창이다. 유 목사의 하소연은 개신교회 전체의 목소리를 담은 듯했다. “정부의 지나친 제재는 복음전파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숨통을 막다니,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사실 교회가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교회 모임이 물 흐르듯 흘러가지 못하면 힘이 빠지고 헌금도 ‘기대 밖’으로 여겨야 한다. 유 목사의 하소연에는 울분이 섞이기 시작했다. “신앙의 핵심인 예배가 제한을 받고, 교육도 잘 안 됩니다. 소모임을 못하게 하니 어린이·중고등부 성경공부반도, 어른 구역모임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비대면(非對面) 요구는 전도활동도 성도간의 교제도 아예 기대 밖입니다. 우리말에 ‘먹는 데서 정이 난다’는데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이야기해야 정도 나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예배를 마치면 식사도 못한 채 바로 헤어져야 하니…. 어디 그뿐인가. 성가대 연습을 제대로 못해. 어떤 때는 예배순서에 성가가 빠질 때도 있었다. “각자 집에서 유튜브로 연습한 뒤 주일아침 예배당에서 소리를 맞추기도 합니다.”

그 사이 새로 배운 것도 있었다. 온라인 예배를 위해 20분짜리 설교 동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로 올리는 일이었다. “저 혼자서 기획하고, 연출하고, 촬영하고, 유튜브에 올리고…. 물론 다 휴대폰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울산극동방송의 생방송 프로그램 ‘소망의 기도’에 출연한 유병곤 목사.
울산극동방송의 생방송 프로그램 ‘소망의 기도’에 출연한 유병곤 목사.

 

울산 극동방송 ‘소망의 기도’에서 인생상담

유 목사는 신천지교회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이단’, ‘사이비’란 단어가 수월하게 나왔다. ‘성경을 빙자하여 미혹하는 종교집단’이라고도 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의 발원·확산지가 신천지라는 인식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성경말씀을 인용했다. “거짓 선지자가 많이 일어나 많은 사람을 미혹하겠으며,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마태복음 24장11~13절) “그 때에 어떤 사람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보라 저기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서 이적과 기사를 행하여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을 미혹하려 하리라.” (마가복음 13장 21~22절)

유 목사의 고향은 경북 울릉군 북면이고, 동갑내기 부인 임연화 여사는 경북 울진군이다. “저보다 다섯 달쯤 빠르니 연상의 연인하고 사는 셈이죠.” 어느새 ‘칭찬박사 1급’ 자격자다운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2015년 9월, ‘상록수문학’을 통해 ‘석양’이라는 시로 시단(詩壇)에 입문했다. 지금까지 <행복한 목자의 행복 이야기>, <유머 에세이>, <네 행복을 위하여 이렇게 살아라> 등 세 권의 책을 집필했다.

울산 극동방송의 ‘소망의 기도’ 시간(매주 월·금 오전 11시~11시 40분)에 월 1~2회 고정출연하고 이따금 울산CTS기독교TV를 통해서도 복음을 전한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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