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albatross)
알바트로스(albatross)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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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발음이 ‘앨버트로스’인 ‘알바트로스(albatross)’에는 두 가지 쓰임새가 있다. 새[鳥類]이름과 골프용어다. 공통점이라면 ‘귀해서 희소가치가 엄청나다’는 것.

그 엄청난 일을 여자프로골퍼 ‘이정은6(24)’가 해냈다. 11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1라운드 경기 때 5번홀(파5)에서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것. ‘이정은6’라면 지난해 ‘LPGA 투어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차지한 세계적 유망주다.

감탄사 연발은 당연한 수순. 보도진들은 흥분된 어조의 샷을 앞 다투어 날렸다. “알바트로스! 소름 끼치는 이정은6의 샷”, “홀인원보다 기록하기 어려운 것이 알바트로스다. 파5홀에서 두 번 만에 공을 넣는 것은 정교한 샷과 함께 상당한 운도 필요하다.” KLPGA 투어에서 알바트로스가 나온 것은 이번이 7번째. 기자들이 흥분할 만도 했다.

마니아들에겐 상식이지만, 골프는 양떼를 몰던 목동들의 놀이가 그 기원. 양치기의 지팡이가 골프채로, 돌멩이가 골프공으로, 토끼굴이 홀컵으로 발전했다. 규정타[par]보다 한 개를 덜 치면 ‘버디’(birdie), 두 개를 덜 치면 ‘이글’(eagle), 세 개를 덜 치면 ‘알바트로스’(albat ross)가 된다. 셋 모두 새[bird]와 유관하다. 혹자는, 지팡이로 쳐서 돌이나 공을 하늘로 높이 날려 보낸다는 뜻에서 새와 연결 지은 골프용어가 생겼다고 역설한다. 골프에서는 극히 드문 기록이어서 희귀조의 이름을 따왔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알바트로스는 새다. 그것도 ‘귀하신’ 국제보호조다. 별명도 수두룩하다. ‘바보새’에서 ‘신천옹(信天翁)’, ‘꿈의 새’, ‘바다의 나그네’, ‘현존하는 가장 큰 새’에 이르기까지…. 두 날개를 쭉 펴면 그 길이가 3m, 몸통의 스무 배나 되는 모양이다. 암컷이 둥지에서 알을 품는 33일간 수컷이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거리가 9천345㎞나 된다는 조사보고서도 있다. 한마디로 ‘신비의 새’다. 몸통이 흰 것과 라틴어 ‘albus’(=흰, 은백색의, 고귀한)가 유관하다는 지론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 엄청난 사연의 알바트로스가 지금 울산에 잠시 내려앉아 쉬고 있다. 6월 5일부터 울산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의 주빈으로 초대된 덕분이다. 한국동서발전과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손잡고 여는 이번 작품전은 7월 12일(일) 막을 내리려다 ‘2주 연장 전시’로 가닥이 잡혔다. 크리스 조던(Chris Jordan, 1963~)이라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미국의 사진작가 겸 다큐멘터리감독. 미국과 전 세계의 미술관, 화랑, 문화기관에서 100회가 넘는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진 환경보호운동가이기도…. 그런 그가 2018년에 발표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알바트로스(Albatross)>다. 이 영화로 그는 ‘런던 세계보건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울산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는 환경문제에 눈을 뜨게 하는 그의 사진작품 27점을 가슴 철렁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보다 더 값진 것은 영화 상영.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사무처장이 힘주어 말했다. “영화를 보셔야 진짜입니다.” 박물관 2층 대강당에서 상영되는 영화 <알바트로스>는 △화~금요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4시, △토~일요일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3시, 두 차례에 걸쳐 만날 수 있다.

이상범 처장이 거듭 강조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어간 알바트로스가 천지비까리입니다. 전시회 사진과 다큐영화의 핵심 포인트가 바로 어미새가 먹이로 착각하고 물어온 플라스틱 조각을 주는 대로 받아먹은 새끼들이 자라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입니다.” 짬 낼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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