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협치(協治)를 실천하라
정치권은 협치(協治)를 실천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7.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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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1939년에 발표된 민족시인 이육사의 ‘청포도’다. 나라를 잃고 먼 이역에서 고국을 그리는 안타까움과 향수, 그리고 암울한 민족 현실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을 기다리는 이육사의 7월이었다. 힘들고 지친 독립운동을 하면서 역사적으로는 광복을, 일반적으로는 평화로운 세계를 갈망하다 43년의 짧은 생애에 17번의 투옥을 거친 이육사를 생각나게 하는 시절이다.

이런 7월에 작금의 정치권을 보면서 현 정부와 손발을 맞춘 국회라고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집값 상승은 전 정부 탓, 박살 난 경제는 코로나19 탓, 일자리 감소는 기업 탓,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은 우파 정부 교육 탓, 북한 문제 실패는 탈북민 전단 탓, 조국 사태는 검찰 탓, 윤미향 사태는 언론 탓, 비판 여론은 가짜뉴스 탓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견제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회가 독선과 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략하는 모양새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과반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점 체제로 마무리됐다. 과반 정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한 것은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이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명백한 승자 독식이다.

21대 국회는 사실상 단독 개원 및 상임위원장 선출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물론 여기에는 통합당 의원 103명 전원과 정의당 6명, 국민의당 3명, 통합당 출신 무소속 의원 4명을 포함해 총 116명이 불만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지만 민주당은 여야 국회 부의장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장 전부를 독식했다.

특히 국회의원과 장관을 겸직하던 국회의원이 다시 선출되면서 자신이 장관으로 근무했던 부서를 관할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으로 참으로 지나친 오만과 독선이고 견제기능에 역행하는 처사다.

이런 형상은 울산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시의회 부의장 자리 하나를 제외한 5개 상임위회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국회나 울산시의회는 언제나 협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협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오만과 독선의 그림자만 어슬렁거린다.

코로나19 종식만을 고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권 유지에 함몰된 현 정부의 오만과 독선은 어떤 상황에서 종말을 고하게 될지 참으로 기대된다.

권불(權不)10년, 재불(財不)3대라고 했던가. 한 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제왕이나 정승들의 세도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화려했던 왕좌에서 내쫓김을 당하고, 인적이 없는 낙도에 귀양을 가고, 영어의 몸이 된다거나 아니면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권좌에 집착하고 권력의 단맛에 빠지면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아집에 사로잡혀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고통과 바람을 분명히 인식하고 말로만 협치를 내세우지 말고 모범적인 협치를 실천함으로써 더 이상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삼가 줄 것을 주문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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