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태화강국가정원 협회전, 힘껏 성원해 주셨으면”
“10월말 태화강국가정원 협회전, 힘껏 성원해 주셨으면”
  • 김정주
  • 승인 2020.06.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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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국 (사)전국조각가협회 이사장
숲으로 둘러싸인 발리정원의 옛집을 배경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이채국 이사장. 사진제공=김언배 울산대 교수.
숲으로 둘러싸인 발리정원의 옛집을 배경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이채국 이사장. 사진제공=김언배 울산대 교수.

 

국가정원 지정 직후부터 민간정원 준비

키 180cm, 몸무게 100kg이면 대단히 우람한 체구다. 그래서일까, 스케일 하나는 굉장히 크다는 소리를 달고 다닌다. 이채국 조각가(65). 그에게 2019년과 2020년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해다. ‘(사)전국조각가협회 이사장’직 수행이 첫째 이유고, 아내 이순득 여사(60, 도예가)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발리정원’이 ‘울산시 민간정원 제3호’로 지정된 것이 그 두 번째 이유다.

민간정원 뉴스가 뜬 지 이틀이 지난 6월 5일 오전, 울산대 김언배 교수(섬유디자인 전공)를 길동무삼아 현지를 찾았다. 한쪽 건물 벽면을 반구대암각화로 장식한 벽돌색 테라코타 작품이 시야를 압도한다. 민간정원 얘기부터 꺼냈다. 거저 굴러들어온 열매는 아니었다.

“느낌이 좋았지요. ‘태화강국가정원 지정’ 소식을 듣고 나서 바로 준비작업에 들어갔으니….” 이 일에는 부인 이 여사도 호흡을 같이했다. 민간정원 지정요건 확인을 비롯해 대외업무 처리는 거의 이 여사의 몫. ‘부창부수’란 표현이 제격일 게다.

대지의 40%를 정원으로 꾸며야 하는 지정요건에 맞춰 주차공간 일부는 잔디밭으로 꾸몄고, 70대가 머물 주차공간에는 마사토를 깔았다. ‘조각정원’과 사는 집은 새로 손질했고, 나무와 꽃도 신경 써서 가꾸어 나갔다. 이 모두 민간정원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었고, 보람은 그들의 땀을 못 본 척하지 않았다.

“나무가 100여 종, 식물(초화류)도 40여 종이 넘을 겁니다. 같은 종도 여러 그루, 여러 포기가 되니 이름표(팻말)만 거의 400점인데 아내의 지극정성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요.”

이사장 취임, 울산 널리 알린 좋은 기회

이채국 조각가에게 맡겨진 전국조각가협회 제16대 이사장 자리는 뜻밖에 찾아온 행운 같은 것이었다. 차기 이사장 내정자가 다른 일로 마음을 비운 사이 대타등판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 그를 이사장직에 앉히는 데는 울주군 웅촌의 이인행 조각가(58, 현 협회 사무국장)의 도움이 컸다.

사단법인 전국조각가협회는 서울 중심의 ‘한국조각가협회’에 맞서 1985년 10월에 설립된 ‘변방’ 성격의 조각가단체. 그 색깔은 초기 단체명 ‘제3조각가협회’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 회원이 250명을 헤아릴 정만큼 몸집이 불었다. △서울·경기·강원(제1지구) △대전·충남·충북(제2지구) △광주·전남·전북(제3지구) △부산·울산·경남·경북(제4지구)의 4개 지구로 나눠 소통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채국 조각가의 이사장 취임(임기 2년=2019.1~2020.12)은 울산을 전국에 알리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취임 첫해인 2019년 8월, 회원전을 기어이 울산으로 유치하는 데도 성공한 것. 그 해 8월 27일~9월 2일에 열린 제38회 전국조각가협회전 ‘태화강의 꿈’의 전시장은 다름 아닌 울산문화예술회관. 야외·실내를 안 가리고 회관 전체를 전세 내다시피 해서 150 작품을 선보인 이 전시회에 참가한 전국 회원만 100명을 거뜬히 넘었다.

우리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다. 이 이사장은 올해도 협회전을 서울이 아닌 울산에서 갖고 싶어 한다. “전시회를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을 기념해서 울산서 연다는 것, 명분이 충분한 일 아니겠습니까.” 다만, 전국 회원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밑그림은 대충 그려져 있지만 울산시와의 긴밀한 접촉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오는 10월 말 국가정원 생태관 아래 잔디밭에서 야외전시를, 홍보관 지하에서 실내전시를 갖는다는 구상이다.

한때 이채국-이순득 부부가 살았던 고가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발리정원네 일가족. 왼쪽부터 장남 윤호씨, 차남 반호씨, 부인 이순득씨와 이채국 이사장.
한때 이채국-이순득 부부가 살았던 고가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발리정원네 일가족. 왼쪽부터 장남 윤호씨, 차남 반호씨, 부인 이순득씨와 이채국 이사장.

 

발리정원 이순득 대표와 결혼 36년차

오늘의 발리정원과 조각가 이채국이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돌이켜보면 그에게도 남부럽잖은 호시절이 있었고 어두운 터널의 시기도 있었다. 젊을 때는 입시미술학원 운영으로 사업의 단맛을 실컷 보았다.

“성남동에서 ‘하나번’이란 미술학원을 차리고 입시생을 받았는데 참 대단합디다. 60평 되는 곳에서 한 1년 하다가 공업탑 근처 120평짜리로 옮겼는데 학원이 여전히 잘 됩디다. 양쪽을 합쳐 10년은 계속했는데, 저에게는 지금도 ‘울산 대형입시학원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 무렵 궂은일은 부인 이순득 여사가 지근거리에서 도맡아 했고 그래서 고마움은 오늘까지 이어진다. 올해가 결혼 36주년, 1984년에 결혼했다는 얘기다. “집안 할매 중신으로 29살에 만나 30살에 결혼했지요. 전하동이 고향인 아내는 현대건설 전무 비서로 일하던 대단한 미인이었는데 제가 안 반하고 말겠습니까. 허허.”

이 이사장이 학원 일과 화방 일을 접고 고향 발리로 되돌아온 것은 22년 전의 일. 2억을 빚으로 떠안은 어느 날 ‘고향 남창으로 가자’는 생각에 미련 없이 짐을 챙겼다. 그때만 해도 주변은 온통 논밭, 허허벌판이었고, 든든한 도약의 발판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이 여사는 식당 일을 묵묵히 감당하면서도 도예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이 이사장은 그 나름의 작품세계 개척에 몰입하며 황토집 짓는 일에도 손을 뻗친다. “지금까지 남의 집까지 열 채는 지었을 겁니다. 청도 지인의 황토집은 근 1년이나 공을 들여 지어주었고.”

사실 이 이사장은 ‘타고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다. 고등학교(학성고 4회) 시절에는 모처럼 만든 소품을 탐이 난 선생님 한분이 가져가서는 돌려주지 않은 일도 있었다. 작품세계에 발을 디딘 그는 지난 2월에 작고한 조각가 김동환 선생의 웅촌 ‘돌조각’ 작업 현장을 찾아가 어깨너머 기술을 배우며 깊이를 더해 갔다.

조각가 이채국의 이름은 개인전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 뒤 작품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옵디다. 지금도 동강병원 벽면의 작품 ‘태화강’은 저의 조형물 납품 1호인 셈이지요.” 모교인 학성고의 ‘비학상’이나 김상희 노래비, 울주군청 내 도조(도자기 조각) 양식의 실물크기 천전리각석 조형물도 그의 작품군의 하나다.

지난 13일 해질 무렵 발리정원 북쪽 ‘돌티미 정원’에서 진행된 이채국 이사장의 장남 이윤호씨와 며느리 한세은씨의 야외결혼식 장면.
지난 13일 해질 무렵 발리정원 북쪽 ‘돌티미 정원’에서 진행된 이채국 이사장의 장남 이윤호씨와 며느리 한세은씨의 야외결혼식 장면.

 

두 아들과 며느리도 ‘든든한 우군’

발리정원의 모태 격인 ‘발리동천’이란 이름 뒤에는 일화도 수북하다. “서진길 원장(당시 울산문화원장)께서 지어준 이름이지요, ‘발리산장’에서 ‘발리통골’→‘발리동천’으로 진화한 셈이지요.”

한번은 집 근처 양지바른 알짜배기 땅을 동네 선배가 서슴없이 내준 적도 있다. “이건 네 땅 같으니 네가 쓰고 대토만 해달라고 하시던데, 참 멋지고 은인 같은 분이었지요. 얼마간 빌려 쓰다가 우리 땅으로 만들었지만.”

이수원 울산미술협회 초대 회장의 멘트도 화제 리스트에 올랐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그룹을 만들었다면 채국이는 발리 계곡을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었지.”

이제 그의 꿈은 지극히 단순한지도 모른다. 발리정원을 ‘국내 최고의 민간정원’으로 만드는 일이 그것.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다. 부인 이 여사 외에도 든든한 우군이 셋이나 더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후 발리정원 북쪽 언저리 ‘돌티미(=돌이 많다고 해서 동네에서 부르던 곳 이름)정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큰아들 윤호(33, 발리정원 카페 운영)씨와 ‘맞춤형 며느리’ 한세은 씨(30, 웨딩플래너), 막내아들 반호 씨(21, 캐나다 조지브라운대 호텔조리학과 재학)가 바로 그들.

막내아들의 영향으로 집안 종교는 가톨릭. 이 이사장도 ‘베드로’란 영세명이 있지만 일과 신앙의 조화를 못 찾아 지금은 ‘냉담’ 상태. 할머니를 닮아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고 수석 수집, 정원수 가꾸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채국 이사장. 어쩌면 그는 지금 인생 최고의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교 동기인 박순환(울산시설공단 이사장), 안성일(신정새마을금고 이사장), 오흥일(울산시체육회 사무처장)은 지금도 절친 사이.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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