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동반자살 택한 엄마 두명에 나란히 ‘징역 4년’
아이와 동반자살 택한 엄마 두명에 나란히 ‘징역 4년’
  • 정인준
  • 승인 2020.06.0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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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자녀의 생명권 중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세상을 등지겠다’는 참혹한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가, 결국 아이를 ‘살해’하고 살아남은 엄마 2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이미 심신이 무너지고 피폐해진 두 엄마를 보며 비통해하면서도,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중한 죗값을 치를 것을 주문했다.

1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진 A(42·여)씨와 B(40·여)씨에게 지난달 29일 징역 4년씩을 선고했다.

박주영 부장판사는 “이미 심신이 무너지 두 엄마를 보면 비통한 심정이지만 범죄사실은 피해갈 수 없다”며 “부모가 자녀를 동반한 자살을 선택하는 건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밝혔다.

A씨는 자폐성 발달장애 2급으로 사회적 연령이 약 2세5개월에 불과한 9살 딸을 살해했다. A씨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양육부담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우울증을 앓아왔다. 특히 가족들이 교통사고로 구성원이 해체되다시피해 자식과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딸아이의 자페증상이 점점 더 심해진 이유도 있다.

A씨는 지난해 8월 12일 딸아이가 처방받은 다량의 정신과약을 먹여 ‘급성복합약물중독’으로 사망케 했다. 그 자신도 약을 먹었으나 병원에서 의식을 찾았다.

B씨는 남편의 사업실패로 남부럽지 않은 삶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임신 후 생긴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아 왔는데 남편에 대한 원망이 아이에게 쏠렸다. B씨는 2018년 12월 중순 만 2세였던 아들과 함께 방에 착화탄을 피운 후 동반자살을 기도했다. 결국 아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고, 그는 심장과 호흡이 멈추는 등 위중상태에 있다 3일만에 깨어났다.

두 사건은 별개의 재판이지만 같은날 선고를 함으로써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부장판사는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가는 동반자살에 대해 ‘오죽했으면...’이란 생각이 사회에 은연중 깔려 있는데, 이는 자녀의 생명권을 부모에게 종속시키려 한 사회의 구조적 오판”이라며 “극단적 선택에 대한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피해자는 누구인지, 이 비극적 결과를 온전히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만 묻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그 고민 끝에 아이를 살해하는 행위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번에 숨진 아이가 동반 자살이라는 명목으로 숨져간 마지막 이름이기를 희망한다”고 판결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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