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와일드 - 견공 예찬론, 공감하거나 말거나
콜 오브 와일드 - 견공 예찬론, 공감하거나 말거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2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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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란 동물에 대해서는 직접 키워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나와 잠시 인연을 맺었던 강아지는 죽을병에 걸려 안락사를 당하기 전날, 몸에 링거를 꼽고도 퇴근해서 집에 온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 줬었다. 그 애가 떠난 다음날 아침, 난 크나 큰 상실감에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로 인해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이야. 어찌됐건 그 만큼 개라는 동물에 대한 내 기억은 특별하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개’자를 갖다붙여 농담을 하거나 가끔 욕도 하지만 그냥 습관 같은 것일 뿐, 개라는 동물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개를 위대하다고 하다니. 기가 차는 이들이 적잖겠지만 우리 인간들과 비교해 보면 꼭 그렇지도 한다. 비교 자체에 대해 기분나빠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현실에서 그 차이가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하리.

단도직입적으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살면서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러니까 개란 동물로부터 사랑을 받아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는 뜻이다.

사랑이란 게 그렇다. 그건 좀 ‘맹목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조건을 단 사랑은 결국 자기애(自己愛)일 뿐, 순수하게 사랑이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인간들의 사랑에는 늘 조건이 달린다. ‘잘 생기거나 예쁘니까’, ‘돈이 많으니까’, ‘나한테 잘해주니까’, ‘착하니까’ 등등이 그것. 그러니까 우리 인간들의 사랑은 시작도, 끝도 대부분 상대방보다는 자신을 더 향한다. 맹목적이지 않아서다.

하지만 개란 동물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맹목적이면서 절대적이다. 그 사랑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닮았고, 모든 게 상대적인 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절대적 존재인 빛과도 닮았다.

그러니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와 관계없이 언제나 초속 30만km로 똑같이 달리는 빛처럼 한결 같다. 오버라고? 하지만 이거, 개라는 동물을 한 번이라도 키워 본 사람들은 다 안다.

해서 영화 <말리와 나>에서 천방지축 반려견 말리를 안락사로 보낸 뒤 존(오웬 윌슨)도 이렇게 말한다. “개에게 멋진 자동차는 필요 없다. 큰 집이나, 명품 옷도, 단지 물에 흠뻑 젖으면서까지 던져진 막대를 찾을 뿐이다. 개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주인이 영리하거나 무디거나, 똑똑하거나, 혹은 바보라도, 당신이 마음을 열면 개는 모든 걸 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말을 했을까? 그 훌륭하고 순수하고 특별한 느낌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설명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까?”

<콜 오브 와일드>는 개가 주인공인 영화다. 1890년대 미국의 골드러시 시대를 배경으로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길러졌던 대형견 ‘벅’이 나쁜 사람들의 손에 의해 납치돼 알래스카로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말리와 나>처럼 개가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대부분이 그렇듯 <콜 오브 와일드> 역시 개란 동물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돌아본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잭 런던’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늑대개의 피를 따라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벅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역시나 가장 큰 감동과 여운은 그 과정에서 인간을 향한 벅의 한결같은 ‘사랑’과 ‘신뢰’에 있다.

세상 모든 사물에는 존재이유란 게 있다. 아시다시피 개라는 동물은 한 번 주인과 인연을 맺으면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다. 또 함께 하는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주인에게 쏟아 붇는다.

그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끊임없이 핥아주고 꼬리를 흔들면서 곁을 지킨다. 그래서 말인데 인간의 존재이유가 ‘행복’이라면 어쩌면 개라는 동물의 존재이유는 늘 행복을 좇다보니 지독하게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에게 약간의 ‘가르침’을 주기 위함은 아닐까. 그게 아니면 개라는 동물이 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진 잔인한 인간 곁에서 아직도 끊임없이 핥아주고 꼬리를 흔들며 사랑을 퍼붓는 다른 이유가 딱히 없잖은가. 개가 아니다. ‘견공(犬公)’이다.

2020년 5월 14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취재1부 이상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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