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울산지역 유·초·중·고 전체 학교에서 다시 학생들의 목소리가 ‘시끌벅적’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고3 등교수업 이후 2차 등교수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등교 학년과 학생 수는 유치원, 초등 1~2학년, 중3, 고2 5만6천여명이다.
특히 생애 첫 등교를 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은 ‘코로나19 세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예년 같았으면 부모님과 함께 입학식을 하고 운동장에서 즐겁게 뛰 놀 수 있었겠지만 ‘즐거운 기억’을 심어줄 것들은 ‘코로나19’가 삼켜버렸다.
이날 다전초등학교(교장 남춘선)을 찾아 초등1·2학년 등교를 지켜봤다. 다전초에 첫 등교하는 학생들은 1학년 40명(2반), 2학년 45명 등 총 95명이다.
다전초에선 입학식 대신 선생님들이 손 수 꾸민 풍선 아치와 왕관 씌워주기, 사탕선물, 곰인형 코스프레 등으로 첫 등교 신입생을 축하했다. 1학년 1·2반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며 “어서오너라. 반갑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며 지나가는 2학년 한 학생은 삐친 얼굴로 “선생님 우리 땐 안그랬잖아요?” 하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8시 30분께부터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은 신입생과 2학년생들이 몰려들었다. 1학년 학부모 김시내 씨는 “아이에게 마스크 쓰고 있고, 손 자주 씻으라며 며칠 전부터 귀에 딱지가 안도록 얘기 했지만 잘 지켜질 지 모르겠다”며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1학년 학생들은 부모님의 걱정과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 하고 씩씩했다. 맨 처음 등교한 1학년 1반 이서현 양은 “어제 밤에 학교 간다는 생각에 잠도 잘 못잤다”며 “학교에 처음 와서 무섭기도 하지만 태권도 같이 다니는 친구 2명이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자기 몸의 절반 크기만한 책가방과 꾸러미 두 개를 든 1학년 최준우 군은 “친구들과 놀 생각을 하니 신난다”며 “집에만 있어 답답했는데 학교에 와 선생님과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최 군의 책가방과 꾸러미에는 온라인 수업기간 모아둔 학습꾸러미, 감염병 확산 우려로 운영되 않는 학교 도서관 때문에 집에서 준비해간 책, 사물함에 보관할 개인용품과 실내화 등이 담겼다. 최 군은 이 가방을 자기가 들고 서도 “무겁지 않다”고 말했다.
1학년은 시차 등교를 위해 2학년생들이 모두 입실하기 까지 기다렸다. 거리두기를 이해 못한 학생들은 친구들과 붙어 있다가 선생님들이 자리를 잡아줬다.
2학년생들이 모두 입실 한 후 1학년생들은 교장 선생님과 첫 인사를 했다. 남춘선 교장은 “여러분들을 보기 위한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며 반갑게 인사한 후 “안전하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전 8시 50분께, 1학년 1반 조채은 양 어머니 김민정 씨는 아이가 교실에 들어가기 전 꼭 껴안아 주며 “기특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공부하고 오렴!”이라고 격려했다. 김 씨는 학교 현관 앞에서 조 양이 순서를 기다려 발열체크를 하는 모습을 아련히 한 동안 지켜봤다.
교실에선 1m 거리두기 책상이 놓여 있었다. 1학년생들은 짝꿍 없이 혼자 앉아 공부해야 했다. 코로나19가 입학식도 짝꿍도 운동장 수업도 삼켜 버렸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울산에서 초등 1~2학년, 중3·고2 총 1천11명이 결석했다. 결석자 중 발열 등 의심학생은 179명 이었지만 이날 울산지역 학생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또 가정학습으로 결석한 학생은 5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학습하는 가정학습도 학기당 15일, 연간 30일까지 체험학습으로 인정해 출석을 인정하고 있다.
정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