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조짐…‘어린이 괴질’ 의심사례까지
심상찮은 조짐…‘어린이 괴질’ 의심사례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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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급학교의 2단계 순차등교가 가까스로 이뤄지는 시점에 ‘어린이 괴질’ 의심사례 신고가 접수돼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가족들을 다시 한 번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가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MIS-C)’으로 이름 붙인 ‘어린이 괴질’에 대한 국내 신고는 26일 0시 기준으로 2건밖에 안 되고 이들 모두 서울의 일이어서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마음을 놓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럽에서 처음 선보인 이 정체불명의 괴질이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던 지난 4월 처음으로 보고됐다는 사실은 ‘방심은 금물’이란 경고메시지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은 확실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서 어렵사리 되찾은 등교수업의 기회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가운의 깃을 바짝 조여 매야 할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어린이 괴질’에 걸린 어린이 2명 중 1명은 10살이 못 되고 나머지 1명은 10살이 넘는다. 2건 모두 서울지역 의료기관에 신고가 들어왔다고 강 건너 불 보듯 팔짱이나 끼고 있을 계제는 못 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듯 아직 발병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이 괴질의 존재가 ‘발 없는 말’을 닮아 언제, 어디서 우리 앞에 불쑥 고개를 내밀지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어린이 괴질 의심환자 2명 모두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고, 10살이 안 된 어린이환자는 이 질병의 사례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방역당국이 밝힌 점이다. 하지만 이 질환의 증세가 4세 이하 영·유아에게 잘 걸리는 급성 열성 발진증인 ‘가와사키병’과 비슷하다는 것 말고는 정확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 탓인지 이른바 ‘어린이 괴질’ 환자가 발병한 국가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13개 나라로 불어났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100명을 넘어섰고, 유럽 여러 나라는 물론 미국 15개 주로까지 빠른 속도로 번져 지구촌 전체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에서는 최근까지 어린이 102명이 이 질환에 걸렸고 이들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니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바라건대, 서울에서 보고된 2명의 어린이 의심환자의 발병원인이 조속히 밝혀지고, 코로나19와 무관함이 입증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만 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마스크에 가려진 이 정체불명의 ‘어린이 괴질’이 ‘K-의료의 세계화’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선례에서 보았듯이 정부의 과감한 지원 속에 우리 의료과학진이 ‘어린이 괴질’의 치료제 개발과 생산에서도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다면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곧바로 나라의 격을 드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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