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자연의 공통점은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도 털어낼 수 있게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이다. 올해 첫 전원경의 그림콘서트는 코로나19로 우울했던 마음에 음악과 미술 그리고 자연으로 위로를 건넸다.
21일 오전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코로나19로 잠시 멈춰있던 이곳에 오랜만에 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띄엄띄엄 거리를 둔 채 입구에 줄을 섰고 차례로 체온 측정, 손 소독제 사용, 방문자 등록부 작성을 한 뒤 공연장에 들어갔다. 입장한 관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2개 좌석씩 띄워져 표시된 ‘지정석’에 착석했다. 이날 그림콘서트는 소공연장 전체 472석 중 150석을 오픈했고 이 중 131석을 채웠다.
무대에 오른 진행자 전원경 예술전문작가는 “일상의 소중함은 잃어버린 순간 깨닫게 되더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사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전 작가는 ‘예술과 자연’을 주제로 풍경화의 시작과 성장을 밀레, 모네, 고흐 등 유명 화가들과 얽힌 에피스드와 함께 소개했다.
예술이 자연을 다룬 건 1500년대 들어서다. 이전에는 비싼 미술재료들을 사용해 그리기에 집 문 밖으로만 나가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은 그리 가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이러한 시각에 반기를 든 사람이 독일의 알브레히트 뒤러이며 그의 제자인 알트도르퍼가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풍경화 ‘도나우 계곡 풍경(1520년)’을 그렸다. 이후 프리드리히가 작품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 등에서 자연을 경배하는 독일식 낭만주의를, 프랑스의 밀레가 그 유명한 작품 ‘이삭줍기’로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을 표현했다.
풍경화는 인상파에 의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인상파는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1873년)’과 같이 햇빛일 비칠 때 시시각각 달라지는 사물의 모습(인상)을 포착했다. 또 풍경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가인 고흐는 남프랑스 아를에서 30일 동안 14점의 과수원 그림을 그릴 정도로 밝은 분위기의 풍경화 작품을 그렸다.
전 작가가 이러한 내용을 단순한 강연 형식으로만 알려줬다면 그림콘서트는 다소 지루하게 비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강연 사이 더해진 공연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번 그림콘서트에선 자연, 계절, 꽃을 주제로 한 곡들을 들려줬다. 베토벤의 소나타 5번 ‘봄’ 1악장과 ‘아델라이데’, 드보르작의 ‘고요한 숲’,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5~7월, 슈베르트의 ‘들장미’ 등이 연주됐고 관객들에게 “귀를 씻어준 것 같다”, “눈물이 핑 돌았다” 등 호평을 얻었다.
공연이 끝난 후 40대 한 관객은 “한동안 코로나19로 공연이 없어 ‘전원경의 그림 콘서트’에 거는 기대가 컸다. 처음 관람했는데 음악과 그림을 함께 볼 수 있어 기대 이상으로 알찼다. 문화예술회관이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깊이 있는 기획공연을 다양하게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 전원경의 그림 콘서트는 오는 7월 24일 오전 11시 ‘노동과 휴가’를 주제로 펼쳐진다. 김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