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기품… 옻칠 입은 암각화
묵직한 기품… 옻칠 입은 암각화
  • 김보은
  • 승인 2020.05.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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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성파 스님 실물크기 울산 바위그림 두점 작업
2017년 시작 3년째 작업… 올해 가을께 완성 예정
“옻칠은 재료적 측면에서 암각화와 가장 닮아”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이 14일 서운암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작품 위에 쌓인 송화가루를 물로 씻어내고 있다.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이 14일 서운암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작품 위에 쌓인 송화가루를 물로 씻어내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서운암에 옻칠을 입은 울산 바위그림 두 점이 제작되고 있다.

국내 옻칠 대가인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의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 창작품이 그것.

14일 찾은 통도사 서운암에 자리한 성파 스님의 작업실에는 세로 4.3m, 가로 6.7m 크기의 반구대 암각화와 세로 3m, 가로 9m 크기의 천전리 각석 작품이 눕혀진 형태로 있었다. 이날 만난 성파 스님은 바깥에서 날아온 송화가루가 작품 위를 덮자 이를 씻어내기 위해 물 뿌리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성파 스님은 2017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3년째 두 암각화의 그림을 실물 크기로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치수는 경주국립박물관의 자료를 참고했고 올해 가을께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성파 스님은 선사인들의 바위그림을 현대인의 손으로 모방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바위와 가장 근접한 재료 사용하려 했다.

성파 스님은 “바위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그림이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종이와 같은 일반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옻칠이 재료적인 측면에서 닮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작품은 겉보기에는 평평한 나무판 같지만 옻과 삼베천을 층층이 깔고 배합물질을 더했다. 오랫동안 변색이 안되게 할 수 있는 작업방식이다.

배합물질은 ‘와분’ 즉, 기와 가루다. 와분을 반죽해 넓게 펴 바르면 돌처럼 딱딱하게 변하는 데 스님은 이 작업을 위해 작품을 세우지 않고 눕혀 놓았다.

이 와분은 성파 스님의 노하우다. 일반적으로 옻칠의 배합물질로 ‘토분(흙 가루)’을 사용하는 데 일반 토분은 많이 수축되고 완전히 마르면 갈라진다. 16만 도자대장경을 만들 정도로 도자기에 일가견이 있는 스님은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에는 1천도의 온도에 흙을 구워 사용했다.

이후에는 중국 양쯔강 남쪽 지역에서 와분을 써 굽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점을 알게 됐다.

성파 스님이 제작 중인 ‘반구대 암각화’ 작품의 일부.
성파 스님이 제작 중인 ‘반구대 암각화’ 작품의 일부.

 

때마침 절에선 기와를 새로 교체하는 시기마다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기와가 있어 이를 분쇄해 ‘와분’으로 활용했다.

바위그림을 그리는 데는 옻 물감을 이용한다. 옻에다 안료를 넣어 온갖 색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성파 스님의 설명이다.

또한 옻 물감을 쓰면 내구성이 좋고 부패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성파 스님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암각화보다 오래된 그림은 없다”며 “특히 반구대 암각화의 모든 그림이 인상적이다. 당시 생활상, 사회상, 사고방식을 기록해 더더욱 특별하다”고 밝혔다.

이어 “창작과 예술성도 좋지만 이로 인해 옛것을 등한시하는 풍토가 안타까웠다. 암각화 그림을 재현해 미술의 뿌리이자 원조가 암각화임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성파 스님의 옻칠민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통도사 옻칠민화 특별전’이 열린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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