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국민신문고 바로잡아야
변질된 국민신문고 바로잡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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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민들은 조선 초에 처음 선보인 신문고가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대궐 밖에 설치한 북’으로 민원이 법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 임금에게 직접 고발하는 제도로 알고 있다. 위민(爲民)제도로서의 상징성이 매우 높다. 요즘도 ‘국민신문고’라는 제도를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내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 본성 전시회의 문제점과 관련, 대통령에게 공개질의를 보냈는데, 이를 넘겨받은 관련기관이 대통령 의사와 무관한 황당한 답변을 보내왔기에 잠시 산책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일 ‘가야사 복원’을 지시한 후 2년 반이 지난 2019년 12월 3일부터 올해 3일 1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앙박물관)에서 ‘가야 본성(本性)-칼과 현’이라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그 전시내용에 지금도 한·일 양국 학자들 사이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을 우리 정부기관에서 공식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공개질의는 그것이 대통령의 의도인지 알고 싶어서 한 것이었고, 공개질의여서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잘 아시다시피, 임나일본부설은 일본 극우세력들이 우리 사서나 중국 사서에는 없고, 『일본서기』에만 있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다음 왜(일본)가 4세기 후반부터 6세기 중엽까지 약 200여 년간 가야를 지배했다는 논리로, 1910년 우리 강토와 국권을 강탈한 것이 침략 아닌 고토 회복이라고 합리화했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회에서 ‘일본서기’에만 있는 내용 다수를 연표와 설명문까지 인용해가며 비판 없이 전시, ‘일본서기’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또 ‘임나’의 위치를 대마도나 일본열도에 있는 가야의 분국이라는 남·북한 학자들의 주장은 완전히 무시한 채 일본 극우파처럼 ‘한반도 남부의 가야지역’으로 보면서, 그 산하 소국의 위치도 일본 극우파 교과서의 것을 그대로 베껴 가야지도에 표기했다. 또한 ‘일본서기’에서 ‘일본의 왕이 가야7국을 점령했다’(임나일본부의 시작)는 내용을 연표에 표기하고, 야마토왜(당시 일본)의 것으로 기록된 ‘임나4현’을 ‘가라국’의 것이라고 고친 연표를 만들어 전시했다. 이번 전시회는 누가 봐도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한 친일매국적인 전시회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님, 친일매국노라는 평가를 안고 가시겠습니까?’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최후의 항고(抗告) 제도인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렸다. 우리 역사와 영토를 국민의 세금으로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신문고는 임금이 신문고 울리는 소리를 직접 듣고 직속인 의금부당직청(義禁府當直廳)이 억울한 사연을 접수·처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민원은 국민공익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다시 중앙박물관으로 넘어가 비위당사자인 담당공직자가 답변하는 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답변서는 대통령의 견해가 아니라 담당 공직자의 변명과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답변에서 ‘일본서기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학계에서 보편화된 일’이라는 거짓말까지 했다. 중앙박물관 홈페이지의 질의응답(Q&A)에서 ‘일본서기 내용의 신빙도가 낮아 학계에서 비판하고 있다’고 기술한 것과 반대되는 얘기인데도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갖다 붙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어질 부산 전시회에서는 ‘가야사 복원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전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일본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걷어내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서울 전시회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말이기도 해서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답변인지 알만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신문고가 과거 신문고 설치의 원래 취지에 맞도록 고쳐져 실질적인 최후의 직접고발제도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역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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