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경제회복의 마중물 되기를
재난지원금, 경제회복의 마중물 되기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5.05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는 방역당국의 노력과 의료진들의 헌신,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일상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로 공방을 벌이던 정치권도 ‘전 국민 지급’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 때 던진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답시고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100% 지급을 이끌어냈다.

국민들이야 어려울 때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회에 도움을 받으러 오는 노인들 가운데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기초수급자 신청도 못하고 주민등록을 살리려 해도 주소로 삼을 곳이 없어 어렵다는 분들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런 분들이 지원금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잘 챙겼으면 좋겠다.

필자는 작은 교회의 목사로 지원금을 안 받아도 생활은 하지만 굳이 다 준다니 고맙게 받을 참이다. 그 돈으로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도 하고 일부는 시장이나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서 더 어려운 이웃들이나 독거노인들과 나누는 데 사용할 생각이다. 이번 기회에 기독교인이나 모든 국민들이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이라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베풀고 이웃 간에 서로 나누며 나눔의 기쁨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잠언 11장 24절)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14조3천억원이 필요하고 올해 전체 추경 액수는 30조원에 이르는데 대부분 적자채권 발행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은 지원금을 받는 기쁨보다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렇게 퍼주다가 나라가 부도나는 건 아닐까 하고 오히려 나라살림을 더 걱정한다. 정부·여당은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전문직이나 경기에 영향을 안 받는 공무원이나 기업인들까지 전 국민에게 다 지급하는 것은 나라살림을 생각하지 않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여당은 일단 다 지급하고, 형편이 나은 사람들은 기부를 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고 한다. 국민들 중에는 주고 도로 내놓으라고 할 거면 안 주면 될 것을 굳이 주고 나서 기부…운운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로 부와 권력과 명성을 가진 자는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뜻이다. 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 도덕성을 요구하는 이 말에 어이없어 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사실을 권력을 가진 자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소득 상위 30%만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해도 좋다. 하지만 나라의 빚이나 부족한 재정은 대통령과 고위관료들과 집권여당에서 경제정책을 잘 세워 해결해 나가도록 맡기고 우리 국민들은 받은 지원금으로 착한 소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힘이 되고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돈 생겼다고 쓰고 보자는 식의 불건전한 소비문화를 만들지는 않을까 염려가 앞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돈이 시장에서 많이 돌게 하는 것이 기력이 없는 환자에게 영양제 주사를 놓아주는 것처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상공인들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가운데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