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길]군(軍),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가
[안보의 길]군(軍),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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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이 국민들에게 안타까움과 실망을 주는 사건들이 잇따라 있었다. 먼저, 한 병사(상병)가 부대 작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면담 과정에서 상관인 여군 중대장(대위)을 야전삽으로 폭행한 사건이다. 대위는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고 상병은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하극상이며 위법행위다.

그런데,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고심해 보아야 한다. 장병들을 대상으로 군법과 규정을 교육해서 기강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위의 사건처럼 상관에 대한 충성, 군법의 위엄만으로 부하들의 불만과 분노를 병영 일상에서도 잠재울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건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건 발생 전 일련의 과정들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하극상을 저지른 병사의 불만이 갑자기 폭발했다기보다 평소부터 하나씩 누적되어 왔을 확률이 높다. 여기서 잠시 이번 사건에 등장한 사격장 방화지대 작전에 대해, 필자가 15년 전 중대장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할 필요를 느낀다.

박격포나 대포의 사격표적인 산악지의 표적지 주변에서 하는 수풀 제거 작업은 산불 방지를 위한 것이다. 말만 들으면 그리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산악행군으로 한참을 올라가 작업을 해야 하고, 끼니도 주먹밥이나 김밥 같은 간편식으로 때워야 한다. 휴식환경도 좋은 편이 못 된다. 장병들의 피로도가 높은 이유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관리자인 군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병들과 더욱 잘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이 힘낼 수 있도록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작업 전, 무작정 시작부터 할 것이 아니라 중대 또는 개인이 해야 할 작업량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할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고지대에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굴삭기·덤프트럭·불도저 같은 공병부대 건설장비가 투입되지 못하고 대부분 인력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작업일정은 빠듯한데 작업피로도는 높아 요즘처럼 집에서 귀하게(?) 자라다가 입대한 병사들로서는 감당하기가 벅찼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간부들의 기지다. 장병들의 고충과 불만을 적절하게 해소해주기 위해 중대, 소대의 소통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야 하고, 작업 후에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로 회식을 하면서 장병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서 노고를 씻어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이런 때 포상휴가라도 주면 요긴한 사기양양책이 될 수 있다.

특수상해를 저지른 병사는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혹시 사건 전개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잘 살펴본다면 향후에 이 같은 사건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중대만 되어도 간부와 분대장이 여러 명 있는데 이들 조직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100명이 넘는 부대원들을 원활하게 지휘·관리하려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다가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장병들의 사기도 떨어진다. 이는 곧 전투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 안 된다. 이밖에도 현역 장성의 사적 장병 운용, 부사관들의 상관 성추행, 만취한 장교의 나체 노숙 등 최근 들어 군 기강이 문란해진 일들이 다수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은 특히 안보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군은 일련의 사건들을 진정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 기강 확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 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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