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년이고 미성년자…어차피 처벌 못하잖아요?”
“난 소년이고 미성년자…어차피 처벌 못하잖아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1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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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관련기사의 제목들이다. <나이가 무기…n번방의 ‘열두 살 운영자’ 어쩌나> (조선일보) <훔친 차로 사망사고 낸 10대들…‘촉법소년’이라 처벌 불가> (YTN)

관련 법 조항도 소개한다. 형법 제9조=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소년법 제2조 1항 제2호=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위의 법 조항에 관한 사회적 논란은 필자가 경찰공무원 시험공부를 할 무렵 형법 시간에 자주 나를 괴롭혔던 문제이다. 또 이 문제는 면접시험을 준비하면서 입이 닳도록 토론한 일이 있고, 일선에서 일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서 갑론을박이 되풀이되는 사안이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모두 사견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자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이든 형법체계가 갖추어진 나라는 ‘형사미성년자’의 책임을 따질 때 특칙(특별한 규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 형사미성년자라면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우기에는 그들의 미래가 너무 창창한 측면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 어른들이 법으로 한 번 더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것으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형사미성년자의 잣대로 삼는 ‘만14세’는 우리 나이로 중학교 2~3학년으로, 충분히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소년법’에서 촉법(=소년법 저촉) 나이로 보는 ‘10세 이상 19세 미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뉴스에 나오는 가해자가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빚어지는 그 숱하게 많은 억울한 일을 비롯해 일선 경찰관인 본인의 피부에 와 닿는 것만 해도 관계법상의 허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글의 제목으로 삼은 “난 소년이고 미성년자라서 어차피 처벌 못하잖아요?”라는 말은 본인이 현장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청소년들이 서로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서 직접 들은 말이다. 정말 그들은 당돌했고, 사람을 폭행했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그 누구도 ‘촉법소년’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만으로는 본래의 법 취지인 ‘계도’ 등의 효력이 있다고 아무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미성년자들의 범죄 수법을 살펴보면, 성인들의 행위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더 한층 악랄하고 ‘n번방 사건’처럼 조직적이면서도 대담하기까지 하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지금의 형사무능력 나이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마저 든다.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형사미성년자들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범죄자들을 단지 법의 잣대로 처벌하는 것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또 다시 눈물 흘리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주어야 하는 게 우리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잔혹하고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형사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나이라는 이유로 평생 피해자들만 악몽 속에 지내고 있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게 끊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문제로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김영민 울산동부경찰서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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