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110-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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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모처럼 가족과 멀리 강원도 스키장에서 휴가를 보냈다. 강원도는 울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설경이 언제나 기대되는 곳이다. 특히 스키 슬로프 정상에서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주변 높은 산의 설경은 너무 아름답고 장엄하다. 우리 가족은 스키 슬로프 정상에 도착해 눈이 가득 쌓인 높은 산과 아래로 펼쳐진 하얀 슬로프를 보면서 비로소 휴가 온 사실을 실감을 하고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이곳은 국내 최장의 슬로프를 가진 강원도 스키장으로, 내려오는 시간만 장장 20분 이상 걸린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2일째 되던 날부터 이슬비가 내리더니 3일째는 아침부터 스키를 탈 수 없을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가장 추워야 할 한겨울에 그것도 강원도 고지대 스키장에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 대신 겨울비를 맞이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큰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제로 휴가를 마무리했다. 이게 모두 매년 더 심각해져 가는 기후변화 때문이 아닌가. 어느새 기후변화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북반구에서 사상 최고기온이 약 400회 기록됐고, 특히 5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북반구의 29개국에서 사상 최고기온이 갱신됐다. 또한 호주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유럽 베네치아 도시에선 홍수가 발생했다. 그때에도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나랑은 별 상관없는 일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황당한 일을 직접 겪어보니 앞으로 발생할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점점 더 가깝게 자주 영향을 미칠 것이라 실감하게 된다.

20년 전 필자는 이산화탄소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실에 근무했다. 그 당시에는 현재의 기후변화 예측을 크게 신뢰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오판까지 범했다. 오판의 첫 번째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로 20년 전 370 PPM에서 현재는 415PPM을 넘어선 것이다. 둘째, 빙하의 녹는 속도가 예측치보다 무려 6~7배 수준으로 빨리 녹은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오판은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국가들인 선진국들이 참여하여 국제적인 문제를 능동적으로 잘 해결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13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내용이다. 먼저, 파리협약에 따른 각국의 현재의 저감 계획이 완전히 수행된다고 해도 금세기 말에는 3도가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현재의 기후변화 전망 모형은 영구 동토지대의 메탄가스 방출 및 북극해 메탄하이드레이트 방출, 빙하 깨짐과 같은 급변적이고 비선형적인 과정을 포함하지 않아서 실제 배출량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따로 정해지지 않은 위험요소가 시시각각 우리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도 지구인은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이 지경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를 체감한 우리도 ‘냄비 속 개구리’처럼 천천히 냄비 물이 뜨거워져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큰 잘못을 범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국내외적으로 즉각적인 정책들이 반드시 행동으로 실행돼야 한다. 올해 11월 스코틀랜드에서 개최되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브라질과 호주 같은 나라들도 참여하여 국제공조 하에 인류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장상용 엔코아네트웍스 대표이사·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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