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왜성 보수·정비 추진계획’을 접하고
‘울산왜성 보수·정비 추진계획’을 접하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4.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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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청이 조선조 정유재란(1597~ 1598)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울산왜성’(일명 학성공원)의 추가보수·정비 계획을 5일 밝혔다. 울산왜성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과 문화재 원형 보존이 이번 보수·정비 추진의 숨은 뜻이라 했다. ‘역사공원’의 의미는 뒤로하고 ‘근린생활공원’이란 단색 옷만 입히려는 시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으로 읽혀 기대가 크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문위원단 구성의 변화다. 지난 3일 울산왜성 2구간 보수·정비 현장에서 가진 기술자문회의에는 한동안 ‘뒷전 신세’였던 울산대 한삼건 교수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울산대 신재억 교수와 울산과학대 한충목 교수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칼자루를 쥔 중구청이 이들 전문가의 조언을 잘만 받아들인다면 기대 이상의 보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구청은 이번 보수·정비의 초점을 ‘보행자 안전 확보’에 둘 모양이다. 사실 울산왜성은 곳곳에 안전 위협 요소들이 적지 않아 자주 민원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남은 유적과는 무관한 돌계단 높이만 해도 노약자들에게는 버겁다. 울산왜성을 휴식처로 삼고 있는 동네 노인들이 돌계단 옆에 새 길을 내는 이유를 중구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차제에 건네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울산왜성의 성격(정체성)을 확실히 해두자는 것이다.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한다면서도 성 전체를 ‘동백공원’으로 꾸민다는 구상은 궁상맞은 느낌이 짙다. 식물학자의 조언에 따라 재작년부터 왜성 북쪽 빈터에 수차례 심은 동백나무 묘목 가운데 몇 백 그루가 죽어나갔고, 몇 백 그루를 다시 심었으며, 그로 인한 예산낭비가 얼마나 됐는지 자문위원단에도 소상히 알려 그 원인부터 제대로 규명하기를 바란다. 서식 적지가 아니라면 왜성 전체를 동백으로 뒤덮겠다는 계획을 이 기회에 과감히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전임 구청장 때 일이지만, 울산왜성 서쪽 입구에 세우려던 정유재란 당시의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과감히 포기한 전례도 있지 않은가. 일본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어느 문화재위원의 단견이 어떻게 예산낭비로 이어졌는지 타산지적으로 삼기를 바란다. 아울러 작품성이 떨어지고 위치도 바뀌어 볼품없는 흔적으로 남아있는 나머지 2개의 동상도 차제에 말끔히 정리하고 그 공간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는 게 어떻겠는가. 중구청의 신중한 접근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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