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휴일도 반납했는데… 잇단 폭언에 피멍든 약사들
울산, 휴일도 반납했는데… 잇단 폭언에 피멍든 약사들
  • 김원경
  • 승인 2020.03.3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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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 4주차허위사실 유포에 영업 방해까지체력·심적 부담에 스트레스 극심마스크 취급 포기한 약국도 등장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 4주차에 접어든 31일 중구의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최지원 기자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 4주차에 접어든 31일 중구의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최지원 기자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울산지역 약국가가 극심한 피로감으로 신음하고 있다. ‘마스크 전쟁’ 최일선에 있는 약사들은 폭언이 난무한 마스크민원 대응에 심적 고충을 토로했고 아예 공적마스크 취급을 포기한 약국도 등장했다.

31일 오전 동구의 한 약국, 마스크앱을 통해 재고현황을 파악한 뒤 찾은 이곳에서는 오후 5시 마스크 판매 시간 전이었지만 쉽게 공적마스크 2장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약사는 이번 주들어 마스크 수량이 하루 250장에서 350장으로 확대되면서 저녁에도 재고가 남는 등 줄서기 행렬이 줄었다고 했다.

이처럼 마스크 5부제는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날 만난 약사들은 모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다. ‘목이 너무 아파 팻말로 대신 답변합니다’, ‘공적마스크는 정부정책이고 약국은 봉사하는 입장입니다. 욕설·폭언하지 말아주세요’ 등 약국에 내걸린 안내문들에서 약사들의 난감함과 고단함이 느껴졌다.

휴일까지 반납하며 마스크 판매에 동참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사태에 약사들은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동구의 최모 약사는 “시민들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해야하는 재고설명에 이젠 지친다”며 “더욱이 줄을 서다 마스크가 매진이라도 되면 ‘다 부셔버린다’, ‘약국 문 닫게 해주겠다’ 등 협박하는 손님들까지 있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약사는 “손님들에게 마스크 한 장이라도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스크 한 장으로 일주일을 버텼는데, ‘마스크를 빼돌렸다’는 등 폭언이 쏟아질 때는 정말 일을 그만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런 부담과 압박 속에 실제로 공적마스크 판매를 포기한 약국도 생겨났다.

중구 학성동에 위치한 울산약국. 이 약국은 지난 20일부터 ‘폭언, 영업방해 심각으로 공적마스크 판매 중단’ 안내문을 입구에 내걸었다.

약국 관계자는 공적마스크 판매가 한 달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본업인 처방 조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데다 끝없는 마스크 민원이 환청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적·체력적인 부담에 마스크 판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약국 관계자 이 모씨는 “공적마스크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매일같이 전쟁을 치렀다”며 “욕은 기본이고 안내판을 발로 걷어차고, 소분했다고 비위생적이라며 던져버리는 등 손님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반복되면서 차라리 반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울산시와 약사회가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통보한 판매시간에 대해 주민들의 항의로 곤혹을 치렀다고 했다.

그는 “지역주민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고령이라 예약 판매제를 좋아했는데, 판매방법이 ‘오후 5시 선착순’으로 변경되면서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사람이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감염병 재난사태 속 약사의 사명감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공적마스크 판매로 약국이 떼돈 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솔직하게 마스크 한 장에 400원 남는다”며 “차라리 이를 동 행정복지센터나 통장의 수익으로 돌려 주민에게 배송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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