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시인 새 시조집 ‘편편산조’ 발간
박영식 시인 새 시조집 ‘편편산조’ 발간
  • 김보은
  • 승인 2020.03.09 2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련된 시상·언어 결속해 절제된 단시조 정형미학 보여줘… ‘봄 뜰’ 등 70편 실려

“썩은 고목 밑에 살아 있는 난 한 포기//눈빛 씻는 파란 줄기 초승달로 휘어 떨고//물볕에 담근 꽃대가 천년 향을 사른다(시조 ‘난(蘭)’ 전문)”

한국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는 형태적 특성에 따라 단시조, 장시조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단시조는 3장(초장·중장·종장) 6구 45자 안팎의 절제적 형식을 띤다.

박영식(사진) 시인의 새 시조집 ‘편편산조’는 잘 다듬어지고 세련된 시상과 언어가 결속해 이같이 절제된 단시조의 정형미학을 섬세하게 갈무리한다.

책에는 총 5부에 걸쳐 ‘봄 뜰’, ‘변주곡’, ‘가을 영화’, ‘겨울 잠자리비행기’, ‘목련 필 때’ 등 70편의 단시조가 실렸다.

시인은 자연과 생태를 충실해 관찰해 삶을 은유하거나 단시조가 가진 압축과 여백의 미학을 살려 서정성을 공고히 한다.

시조 ‘난(蘭)’에선 ‘난’의 외관과 생태를 관찰해 명백하고도 응축적으로 진술하지만 ‘떨고’, ‘사르는’ 움직임을 발견해 단순한 자연 사물이 아닌 삶을 은유하는 상관물로 거듭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시조 ‘가을 수채화’에선 “물빛 글썽이는 황금 비늘 잎새들은/길 떠날 하늘 아래 지느러미 흔들어 대고/억새는 새 붓을 들어 백자 한 점 그렸다”며 가을날 정취를 단정하게 담는다.

순연한 그리움과 사랑을 핵심 원리로 삼기도 한다. 시인은 ‘평행선’, ‘변주곡’, ‘조약돌’, ‘거울’ 등의 시편들에서 사랑의 기억을 따라 사랑의 불가능성과 불가피성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예술적 지향인 위안과 치유의 시학을 구현한다.

이러한 단시조 작품과 함께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삶의 근원을 상상하는 여백과 함축의 언어’를 주제로 시인의 단시조가 가진 미학을 풀어낸다.

유성호 교수는 “시인의 새로운 의지가 ‘침묵’과 ‘언어’ 사이를 고독하게 흐르고 있다”며 “이번 시조집은 시인에게 중요한 존재론적 변곡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고 해설했다.

이어 “시인의 단시조는 존재론적으로는 느리지만 언어적으로는 순간적인 여백과 함축을 만들어내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설명될 만하다. 자신만의 단시조를 완성한 그의 목소리는 더욱 다양한 형식과 의장(意匠)으로 시조시단에 큰 자취를 보탤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영식 시인은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조로 당선된 이후 ‘백자를 곁에 두고’, ‘굽다리접시’, ‘자전거를 타고서’, ‘가난 속의 맑은 서정’ 등 다수의 시조집을 펴냈다.

김상옥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울산시조문학상, 낙동강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서재 ‘푸른문학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김보은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