팃포탯(tit for tat)
팃포탯(tit for tat)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2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팃포탯(tit for tat)’이라는 유명한 전략이 있다. 우리식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도쯤 될까.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만나서 교류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선의를 베풀고 이를 상대가 수락하면 계속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배반하면 자신도 바로 응징하여 상대가 더는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한 뒤 이후에 같은 상대가 배신 혹은 협력을 선택하면 똑같이 따라 하는 단순한 전략이다. 이 전략의 포인트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처음에는 선의를 베푸는 점, 다음은 상대가 자신의 배신행위에 대한 반성이 있을 때 시원하게 용서를 해주는 것이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그 위력은 매우 강력해서 지금까지 연구된 그 어떤 다른 전략도 팃포탯만큼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는 본능만으로 생활하는 동·식물 나아가 유전자 단위에서도 적용되어 팃포탯 전략을 선택하지 않은 개체들은 자연스럽게 사멸하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환경에서 팃포탯 전략이 관찰되고 있다.

미시건 대학교의 정치정책학 교수 로버트 액설로드는 세계 각지의 수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국제관계학자, 군사전문가, 게임이론 관련 권위자 등에게 이 전략을 능가하는 전략이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2회에 걸쳐 상금을 걸고 진행하였지만 최종우승은 전부 팃포탯이 차지하였다. 이쯤 되면 일종의 ‘법칙’ 단계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각종 세균 감염도 팃포탯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처음에는 선의를 베푸는 우리 몸은 세균을 몸속에 일단 품는다. 악성 세균은 그것을 이용해서 우리 몸의 세포를 이용해 자신을 대량 복제해서 몸 상태를 악화시킨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즉각 응징하기 위해 반응한다. 악행만을 일삼는 세균은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이 계속 우리 몸속의 선량한 세포를 배신해서 자신을 불리려고만 하고 면역체계는 배신에 대한 응징을 지속하게 되며 결국 결말이 나온다.

세균들이 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팃포탯의 협력이 잘 된 예시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꼽을 수 있다. 이들도 처음엔 자신을 대량 복제해서 서로 싸웠지만 조금 지나 서로를 이용하는 공생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 협동 관계로 세포들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고 에너지 대사가 가능해졌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토대로 복잡하고 큰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는 생명체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우리 몸속의 장내 세균들도 팃포탯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면역체계가 선의를 베풀지 않고 무조건 세균을 응징했다면 지금처럼 우리 장내에 1000종류가 넘는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들이 살 수 없다. 이 세균들은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다당류 등을 분해해서 소화를 돕고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고 다른 유해한 세균들과 싸워 몸의 전체적인 상태를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유익한 세균들이다.

세포가 아닌 실제 우리 생활에서 본다면 기독교, 불교, 유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인류의 수많은 문화,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 하라’로 유명한 황금률이라는 순수 이상주의도 팃포탯 전략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사회에서 보이는 이타성과 협력의 근원이 바로 이것이며, 각종 드라마, 소설 등의 매체의 주인공들이 가장 많이 표방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이번 신천지 사태도 슬프지만 팃포탯의 법칙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처음에는 선의를 베푸는 우리 사회는 신천지를 일단 믿는다. 신천지는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들을 숨기고 거짓 명단을 제공해 상태를 악화시킨다. 우리 사회의 면역체계의 일부인 행정부와 사법부는 즉각 응징하기 위해 반응한다. 신천지는 반성 없이 추수꾼 등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신분이 탄로 나면 안 되는 사람들을 사회의 선량한 사람들을 배신하며 숨기려고만 하고 각종 언론전으로 사람들을 기만한다. 면역체계는 배신에 대한 응징을 계속할 것이고 결국 결말이 나올 것이다.

이미영 울산시의회 부의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