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나무에 피는 연꽃과 난초
[조상제의 자연산책] 나무에 피는 연꽃과 난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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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연꽃이 피면 무슨 꽃이 될까요?

나무 위에 연꽃이 핀다? 혹시 그런 꽃 보셨나요? 머지않아 실컷 보시게 될 것입니다.

나무에 연(蓮)꽃이 피면 목련(木蓮)입니다. 그런데 “목련”하면 여러분은 어떤 꽃이 머리에 떠오르나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백옥같이 흰 그 꽃. 학교에도, 정원에도, 이웃집 담장 너머에도 한 그루쯤은 있는 그 백목련을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목련을 잘못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목련은 우리나라 한라산이 고향인 진짜 목련(Magno1ia kobus)이 아니라 중국이 원산지인 백목련(Magnolia denudata)을 생각하고 계신 것입니다.

진짜 목련은 제주도 한라산 해발 1천800m 개미목 부근에 자생하고 있어 제주목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토종 제주 목련은 꽃잎이 좁고 완전히 뒤로 젖혀져서 활짝 피는 반면 백목련은 꽃잎이 넓고 완전히 피어도 반쯤 벌어진 상태로 있습니다.

중국에서 온 백목련과 자목련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면 우리 토종 목련은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수광(1563~1628)은 그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순천 선암사에 나무가 있다. 그것을 북향화(北向花)라고 한다. 그 꽃은 자줏빛이고 피기만 하면 반드시 북쪽을 향한다.’라고 하였으며, 김시습(1435~1493)은 그의 시에서 목련을 살결이 빙설(氷雪)같이 흰 선녀 고야선자(姑射仙子)라 했습니다. ‘잎은 감잎 같고 꽃은 흰 연꽃 같다.’라고 하였습니다. 천상에서 절간으로 귀양 온 행각승(行脚僧)이라 했습니다. 이수광이 말한 북향화는 자목련이요. 김시습이 말한 고야선자는 백목련으로 보입니다. 자목련과 백목련은 비록 원산지가 중국이지만 일찍이 이 땅에 들어와 한반도에 널리 퍼져 우리 선조들의 시정(詩情)을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토종 목련은 일본인 식물학자 고부시(kobushi)가 발견하여 학계에 알린 목련으로 재배품종으론 아직 보급이 미흡한 편입니다.

하지만 뒤로 젖혀지는 꽃잎의 모습이 마치 우리 한민족의 춤사위를 닮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품종개량의 가능성과 상품성이 무한합니다.

나무에 연꽃이 피는 나무가 목련이라면 나무에 향기가 진한 난초가 핀다면 무슨 나무가 될까요? 이 나무는 함경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국의 깊은 산중에 자생합니다. 꽃 모양이 함지박을 닮아 함박꽃나무라고 합니다. 또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 산목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백옥같이 희고 깨끗한 꽃,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태, 살포시 고개 숙인 겸손, 맑고 은은한 향기. 1924년 김일성 주석은 평양 창덕학교 재학시절인 1924년 수학여행을 갔던 황해도 정방산에서 이 꽃을 발견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김일성은 정권을 잡은 후 1964년에 다시 이 꽃을 찾았다고 합니다. “동무, 이 꽃 생김새가 꼭 우리민족을 닮았어야. 이름을 목난(木欄 : Mgnoria siebolidii)이라 부르고 우리 조선의 나라꽃으로 삼았으면 좋겠구만.”

지금도 북한의 국화를 진달래로 알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북한의 국화는 김일성이 반한 바로 이 꽃. 목난입니다. 이 꽃을 북한은 1991년 4월 10일 정식 국화로 지정하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목련을 신이(辛夷)라고 합니다. 꽃이 피기 전 목련의 꽃봉오리는 보송보송한 회백색 잔털로 둘러싸여 있고 두툼합니다. 이 꽃봉오리가 처음 돋아날 때의 모습이 마치 띠의 싹과 같고 그 맛이 매워서 ‘신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 꽃봉오리는 코가 메거나 콧물이 흐르는 것을 낫게 하는 등 다양한 약효가 있습니다.

삼호 철새공원의 백목련, 석굴암길 백목련과 자목련. 이후락 생가의 제주 목련이 가슴 설레게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올핸 여름이 오기 전 서둘러 운문산 상원암 내림길에 목난 군락지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조상제 범서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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