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따뜻한 교육복지
가깝고도 따뜻한 교육복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0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구의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심지어 군에 입대하는 마당에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탓에 첫아이가 이번 주에 중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군인들도 무서워서 못 내려온다’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중학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부모로서는 마냥 기쁘고 고마울 따름이다. 또래 중학생들 대부분이 다니는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 EBS 인터넷 강의로 보충공부를 하여 가계비마저 아껴주었으니 더욱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사춘기 여학생인지라 혼자만의 아픔과 성장통이 없을 리 만무하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웃고 속상해하면서 자라온 그 과정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늘 좁다고 투덜거리는 자기 방으로 친구들을 불러와서 무엇이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새벽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올 때까지 밤새 속닥속닥하기도 했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보니 ‘혼자서 밥 차려먹을 수는 있을까?’ 걱정만 했었는데, 이제는 어린 동생 저녁밥까지 차려주는 대견한 모습도 보여주니 잘 자라 주었음에 그저 고맙고도 고마울 뿐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이런저런 준비를 할 게 많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게 교복을 맞추는 일이다. “친구들과 함께 다니고 싶다는 학교는 아니지만, 그나마 집 가까운 학교로 배정받았으니 다행”이라고 말하는 딸아이와 주말 저녁에 교복을 맞추러 지정된 교복점에 들렀다. 교복가게는 늘 이맘때가 제일 대목 철이라 붐비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재미있는 것은 함께 온 학부모들의 표정이 유독 밝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3년 전 중학교 입학을 위해 교복을 맞추러 왔을 때의 모습과 저절로 비교가 되었다. 그때 자녀들의 교복 구매를 위해 결제하던 부모들의 모습을 며칠 전의 같은 상황과 비교해 보니 차이가 분명했다. 심지어 어떤 아주머니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교복 값이 그것밖에 안 들어요? 그럼 셔츠 한 번 더 추가할게요”라며 추가로 주문하는 모습을 보기까지 했다. 교복가게 여사장님 또한 “25만 원은 무상으로 지원해 준대요. 세상 점점 좋아지네요”라고 했다.

교복가게 사장은 사장대로, 자녀의 교복을 사 주려는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복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19일 울산시와 5개 기초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올해부터 중·고등학교 신입생들의 교복비를 최대 25만 원까지 지원해주기로 한 협약의 결과가 해가 바뀌어 시민들의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복비는 교육청이 60%, 울산시가 30%, 구·군이 10%씩 분담하여 약 60억 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교육복지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가 35만 원대의 교복비용을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활동력 강하고, 자기 멋 부리고 싶은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좀 더 질 좋고 예쁜 교복을 입혀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제주나 울산이나 똑같을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고 낸 세금이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반대할 학부모가 어디 있을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헤아린다면 다른 시·도에 비해 다소 낮은 교복비 지원액을 상향조정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예전에 교복비 지원이 전혀 없던 것에 비해 큰 혜택임은 틀림이 없지만….

딸아이의 교복을 맞추면서 학교를 떠나 교육청으로 들어온 이유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는 것이 학부모들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이었다면,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학부모와 시민들에게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교복비 지원 관련부서와 학부모들의 소망을 정책적 결단으로 표현해준 단체장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김용진 울산시교육청 장학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