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금소에 수중보도(水中步道)를
용금소에 수중보도(水中步道)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0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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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루 절벽 아래 깊은 물을 용금소라고 부른다. 옛 문헌에는 황룡연(黃龍淵)으로 나온다. 울산은 학(鶴)과 관련된 지명도 많지만 ‘용(龍)’과 관련된 것도 많다. 태화루에서 서쪽으로 한참 나가면 범서읍 ‘입암(立巖=선바위)’이 있다. 이곳은 엣 문헌에 ‘백룡담(白龍潭)’이라고 했다. ‘누를 황’과 ‘흰 백’이라는 글자를 보면 방위색이 떠오른다. ‘백(白)’은 서쪽, 가을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동쪽은 봄을 의미하고 한자로는 ‘푸를 청(靑)’을 쓴다. 울산의 동쪽 무룡산(舞龍山)은 본래 ‘물용산’이니 청룡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황룡이 살고 있는 태화루 아래 깊은 물은 울산의 중심이다. ‘황색’은 가운데, 즉 중심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중심 황룡연에는 전설이 있다. 물 깊이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닿지 않는다는 이야기, 백양사와 통하는 굴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또 이곳에는 울산 고을의 공식 기우제단이 있었으니, 가뭄이 들면 울산도호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울산에서 살던 민초들도 ‘용왕 먹이러 간다’면서 이곳을 찾았다. 이처럼 중요한 황룡연 일대는 지난해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 지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2014년에 건립된 태화루와 함께 황룡연과 태화들의 대밭, 그리고 태화강은 이제 대한민국이 지키고 가꾸는 국가정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지만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탄생은 2013년 4월 20일부터 6개월간 <지구의 정원, 순천만>을 주제로 산림청과 전라남도, 그리고 순천시가 공동 주최한 국제정원박람회에서 비롯되었다. 이 기간 동안 23개국이 참여해서 83개의 정원을 전시했다. 이때 전시된 한국정원을 비롯한 상당수의 정원 및 주요 전시행사 시설은 2014년 4월 20일에 영구전시가 결정되었으며 2015년 9월 5일에 이 박람회장이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 공포되었다. 국가정원이 된 이후에도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실내정원, 순천만 자연생태관, 순천만 자연생태연구소, 순천만 문학관, 에코에듀센터, 봉화언덕, 해룡언덕 등이 약 93만㎡ 면적의 국가정원 곳곳에 더 들어서고 관람차를 비롯해서 공중을 달리는 스카이큐브와 같은 이동편의시설 또한 잘 갖추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국제박람회를 개최하고, 그 회장을 영구전시해서 국가정원으로 지정한 순천만과 우리 태화강 국가정원은 탄생 과정이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대규모 행사 없이도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을 만큼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정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나아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노후 산업단지를 안고 있는 울산시의 재도약을 약속하는 징표가 될 수 있도록 태화강 국가정원을 성장·발전시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오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태화강 국가정원의 토지 지목을 현재의 ‘하천’에서 ‘공원’으로 바꾸어야 한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경우, 순천의 동천이 북에서 남으로 흘러서 정원용지를 동서로 나누고 있지만, 정원용지의 대부분은 현재 지목이 ‘공원’으로 되어있다. 지목이 ‘하천’일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설물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 태화들을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홍수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대숲을 없애려고 했을 때 울산시민들과 태화강보전회, 울산시 등이 힘을 합쳐 대응한 덕분에 개발은 막고 대숲은 지켜낼 수 있었다. 이런 노력과 함께 죽은 강물을 되살리는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드디어는 국가정원으로 재탄생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운동으로 태화들을 주거지역에서 하천부지로 되돌린 결과가 지금은 국가정원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국가정원 용지의 지목 변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 다음은 국가정원 남쪽 남산근린공원과 남산12봉까지 국가정원으로 확대하거나 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기존의 국가정원과 태화강, 남산을 아우르는 도심의 녹지공간이 완성된다.

강물도 국가정원 시설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가 다녀야 하고,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기존 교량은 개선하고, 새로운 보행교를 더 건설해서 접근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울산역이나 태화강역을 각각 연결하는 유니크한 교통시설도 갖출수록 좋다. 사족이지만, 용금소 강바닥에다 용의 몸통 같고 수중으로 투명한 원통의 길을 만든다면 태화강 국가정원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덤으로 강북의 강변 산책로가 하나 더 갖추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수중길바닥[水中步道]을 누런색 용의 비늘 모양으로 디자인하면 어떨까.

강혜경 울산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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