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 권유 ‘아담하고 특색 있는 간판’
중구의 권유 ‘아담하고 특색 있는 간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0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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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간판 정비 지원’ 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벌이고 있는 중구가 사업 신청을 독려하면서 의미 있는 당부도 곁들여 눈길을 끈다. 내용인즉, 새로 바꾸어 다는 옥외간판(옥외광고물)이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 달라는 조언이다. 이러한 조언은 지난해 사업에서 드러난 허점을 메우고, 이미 겪었던 시행착오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쳐져 참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중구의 관심은 옥외간판의 ‘크기’와 ‘개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꾸어 달 간판을 ‘큰 것’ 대신 ‘아담하고(작고) 특색 있는 것’으로 골랐으면 좋겠다는 주문에서 그런 짐작이 간다. 그럴만한 이유도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할 때 대형 간판이 작은 간판보다 사고위험이 더 크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하순 울산시청 광장 한 귀퉁이에 세워둔 대형 ‘사랑의 온도탑’이 강풍에 맥없이 쓰러진 것을 생각하면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옥외광고물이 중구 원도심이나 태화강 국가정원과 같은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문화·예술·상업지역에 걸맞은 아름다운 거리로 가꾸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것도 설득력 있는 얘기다. 중구는 그동안 ‘아름다운 거리는 아름다운 간판에서 나온다’는 일념으로 이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안다. ‘작고 특색 있는 간판’에 대한 애착도 그런 경험에서 우러났을 것이다. 그 결과는, 원도심을 비롯한 중구 일원을 ‘가볼만한 울산의 이색 지대’로 꾸며놓았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형편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옥외광고발전기금에서 떼어낸 연간 사업비가 고작 3천만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앞선다. 바꾸어 다는 간판의 수를 예산규모에 맞춰 줄일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업 초기와는 달리 ‘한글간판’이 ‘한글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자꾸 줄어드는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보완해 나간다면 중구의 거리가 ‘아름다운 간판’으로 넘쳐나는 날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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