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 관심은 옥외간판의 ‘크기’와 ‘개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꾸어 달 간판을 ‘큰 것’ 대신 ‘아담하고(작고) 특색 있는 것’으로 골랐으면 좋겠다는 주문에서 그런 짐작이 간다. 그럴만한 이유도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할 때 대형 간판이 작은 간판보다 사고위험이 더 크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하순 울산시청 광장 한 귀퉁이에 세워둔 대형 ‘사랑의 온도탑’이 강풍에 맥없이 쓰러진 것을 생각하면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옥외광고물이 중구 원도심이나 태화강 국가정원과 같은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문화·예술·상업지역에 걸맞은 아름다운 거리로 가꾸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것도 설득력 있는 얘기다. 중구는 그동안 ‘아름다운 거리는 아름다운 간판에서 나온다’는 일념으로 이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안다. ‘작고 특색 있는 간판’에 대한 애착도 그런 경험에서 우러났을 것이다. 그 결과는, 원도심을 비롯한 중구 일원을 ‘가볼만한 울산의 이색 지대’로 꾸며놓았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형편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옥외광고발전기금에서 떼어낸 연간 사업비가 고작 3천만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앞선다. 바꾸어 다는 간판의 수를 예산규모에 맞춰 줄일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업 초기와는 달리 ‘한글간판’이 ‘한글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자꾸 줄어드는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보완해 나간다면 중구의 거리가 ‘아름다운 간판’으로 넘쳐나는 날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