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과학적 마케팅이다
선거는 과학적 마케팅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0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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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울산에서도 1일 현재 6개 선거구에 47명이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치열한 공천경쟁에 나섰다. 필자가 강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는 것은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두 마리의 개(犬) 즉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 선거에서도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나름의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선거에 임한다고 볼 수 있다.

선거선진국 미국에서는 선거를 ‘정치 마케팅(political marketing)’이라 해서 마케팅적 접근을 한다. 이는 선입견과 편견을 최소화하고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마케팅이란 ‘market’과 ‘-ing’의 합성어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은 끊임없이 소비자 욕구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는 노력(market sensing)이 필요하고, 그런 욕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출시해야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하고 유권자의 마음은 정치상황이나 여러 가지 이슈들로 계속 변하므로 선거를 마케팅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마케팅 대가 필립 코들러(Philip Kot ler)도 ‘정치후보도 하나의 상품’이라며 마케팅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상품은 ‘후보자’, 시장은 ‘지역구’, 소비자는 ‘유권자’, 상품제조업체(브랜드)는 ‘정당’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치(선거) 마케팅이란 ‘유권자(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유권자의 욕구에 맞는 공약을 개발해서, 후보자(상품) 자신을 소속정당(브랜드)의 후광효과를 입게 하고, 이를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 마케팅의 ‘선거전략’ 수립은 일반 마케팅의 그것이나 다름없다. 먼저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정확한 상황분석이 앞서야 하고, 다음으로 자신과 경쟁후보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득표목표를 정한 후 STP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서 S는 Segmentation의 준말로 지역구 유권자를 세분화한다는 뜻이다. 보통 세분화 조건으로 인구통계학적 요소(성별·연령·소득·직업·교육수준 등)를 사용하고 추가로 정치이념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 다음은 세분화된 유권자 중에서 적극 공략할 ‘타깃(Target) 유권자’를 정해야 한다. 마지막에는 타깃 유권자의 마음속에 후보자의 이미지를 어떻게 자리매김(Positioning)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거전략의 핵심인 ‘유권자STP전략’인 것이다.

선거에서 STP전략을 잘 구사해서 성공한 사례는 2016년 미국 대선이다. 당시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는 유권자를 세분화하면서 타깃 유권자로 러스트 벨트(=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와 철강산업의 메카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이 속한 지역)의 저소득·저학력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설정했다. ‘러스트(rust, 녹슨)’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트럼프 후보는 제조업이 몰락하고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던 지역민들을 찾아가 “미국이 그동안 외국과 체결한 잘못된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지역경제가 망가지고 일자리도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권자STP전략을 통해 타깃 유권자를 선정한 다음 이들의 욕구에 맞는 공약을 개발해서 잘 소구(訴求, appeal)함으로써 이들의 마음속에 ‘트럼프 후보는 우리의 잃어버린 일자리를 찾아주고 오랫동안 그 일자리를 지켜줄 적임자’로 자리매김 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선거전략을 이번 4·15 총선에서도 적용한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후보자들이 선거 캠페인을 선거선진국에서처럼 마케팅 관점에서 전개해볼 것을 감히 권해본다.

권재진 바른질문연구소 대표, 울산과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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