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서 김우현 선수
프로복서 김우현 선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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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선수를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당시 김 선수는 WBA 슈퍼플라이급 아시아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키 163cm의 작은 체격이었지만 실낱같은 근육들이 겉으로 드러나 보일 정도로 다부졌고, 눈빛이 살아있었다. 김 선수가 더킹(duc king)을 하며 내뻗는 주먹은 공기를 갈랐고, 미트에 꽂히는 펀치 소리는 날카롭고 묵직했다. 김 선수는 인터뷰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본보 2019년 12월 26일자 16면 보도)

김 선수는 지난 18일 전주에서 개최된 WBA 슈퍼플라이급 아시아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일본 나카야마 게이스케 선수를 맞아 10회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심판 전원일치(3-0) 판정승을 거뒀다. 김 선수의 꿈인 세계 챔피언으로 가는 첫 관문을 승리로 장식한 것이다. 김 선수의 전적은 통산 10전9승1패(1KO)다.(본보 1월 19일자 15면 보도)

김우현 선수는 태화중 2학년 때 권투에 입문했다. 삼산고 1학년 때 프로선수(2013년)가 돼, 그해 신인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듬해에는 한국프로복싱 플라이급 챔피언이 됐다. 2016년에는 WBA PABA(범아시아복싱협회)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그의 승승가도는 병역의무로 잠시 멈췄지만, 지난해 전역 후 복귀전 승리, 한국랭킹 1위, 올해 아시아챔피언 등극 등으로 다시 시작됐다.

김 선수는 울산을 넘어 한국 프로복싱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한 명의 세계 챔피언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프로복싱계에서는 세계 챔피언이 될 선수라고 극찬하고 있다. 장정구, 유명우, 변정일 등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를 휩쓸었던 살아있는 전설들이 김 선수를 주목한다. 특히 변정일 선수는 김 선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 선수는 잘 피하고, 잘 친다. 머리도 영리해 경기운영을 잘한다. 신체가 작기 때문에 주먹을 피하고 파고들어 카운터펀치를 먹이는 전형적인 인파이터다.

김우현 선수는 29일 다시 글러브를 꼈다. 지난 18일 아시아챔피언 결정전 이후 신체 회복을 마치고 세계 챔피언을 향해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이날 김 선수가 소속된 B&A복싱체육관 이광은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 선수의 근황을 물었더니 “오늘부터 연습을 시작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이 관장은 “앞으로 1~2년 정도 타이틀 몇 개를 더 따고 3년 안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목표를 향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복싱 한 길만 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선수가 연습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 아쉽다”며 “이런저런 사정이 있지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한 길만 가도록 하겠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국 프로복싱계에 세계 챔피언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프로복싱은 배고픈 직업이기 때문이다. 김 선수는 전역 후 프로복싱 시장이 큰 일본에 진출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는 명예를 위해 고향 울산에 남기로 했다.

김 선수와의 만남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장정구, 유명우, 변정일 선수뿐만 아니라 더 앞으로 가 라스베이거스 특설링에 스러졌던 김득구 선수까지 이어진다. 그땐 중학생 시절이었는데 알리, 포먼, 듀란, 레너드 등 외국 프로복싱에 열광했었다. 지금은 프로보단 아마추어가 더 각광을 받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명예와 부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현 선수는 헝그리 복서다.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때까지 생업과 병행해야 하는 ‘야생의 계절’을 견뎌야 한다. 김 선수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 김 선수가 세계 챔피언으로, 온 국민을 다시 복싱에 열광시킬 수 있도록 후원하는 매니지먼트가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투자에 비해 천문학적 이익을 거둬들인다. 링 위에 김 선수가 올랐을 때 그의 트렁크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이름이 보였으면 좋겠다.

정인준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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