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옷 입힐 겁니다”
“생물학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옷 입힐 겁니다”
  • 김정주
  • 승인 2020.01.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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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철새홍보관 초대 관장
철새홍보관 1층에서 ‘반구대 학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는 김성수 관장.
철새홍보관 1층에서 ‘반구대 학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는 김성수 관장.

 

남구청 관광과 주민소통위원들 첫 방문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상기된 표정의 남녀손님 20여명이 남구 와와공원 내 철새홍보관(눌재로 24) 1층 로비를 메웠다. 개관 후 처음 방문했다는 단체손님은 남구 관광과를 돕는 ‘태화강 생태관광 주민소통위원’들. 철새홍보관을 세 번째 회의장소로 잡은 백경미 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이번 회의는 지난 23일 개관한 철새홍보관 시설을 위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삼호철새공원과의 연계방안을 논의하려고 마련했습니다.”

백 위원장은 철새홍보관이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때맞춰 와와공원 안에 문을 연 것은 울산의 관광산업이 생태관광산업으로 도약하는 좋은 조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태화강을 알리고 가꾸는 일에 뜻을 모으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강이 끝나자 위원들은 지상 4층 규모의 홍보관 건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기 바빴다. 위원들은 3층 VR체험관-5D영상관의 영상체험, 삼호철새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조망은 색다른 재밋거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주민소통위원들에게 특강에다 시설 안내까지 도맡은 인물은 김성수 초대 철새홍보관장(67). ‘울산학춤 창시자’,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이날을 위해 울산 남구청에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거쳤다.
 

남구도시관리공단이 발행한 철새홍보관장 임명장을 들고 지난 7일 통도사 방장스님을 예방한 김성수 관장(왼쪽)과 성파 스님(오른쪽).
남구도시관리공단이 발행한 철새홍보관장 임명장을 들고 지난 7일 통도사 방장스님을 예방한 김성수 관장(왼쪽)과 성파 스님(오른쪽).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지낸 불교수행자

그의 이력을 찬찬히 들여다본 이라면 서너 번 놀라고 나서 또다시 놀란다. 다양하다 못해 다채롭기까지 한 탓이다. 새해 초, 취임 축하 인사차 철새홍보관에 들른 이노형 고래문화재단 상임이사가 설명을 거들었다. 먼저 김 관장이 ‘불교 수행자’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을 거쳐 작년에는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장을 역임했지요. 그 이전엔 경북대 자연사박물관 조교도 지냈고.”

한마디로 박물관, 홍보관 분야라면 감히 대적할 위인이 많지 않다는 얘기로 들렸다. 통도사 방장 성파(性坡)스님과 사형지간이기도 한 김 관장은 ‘영축총림 통도사’에 머무는 동안 교무과장, 교무국장, 유아원 원감을 거치며 숱한 이력을 쌓았다. 지금도 그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기 환경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약하는 중이다.

다양함은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학문에 두루 조예가 깊다는 평을 듣는다. 우선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 경북대 대학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며 취득한 이학(조류생태학)박사 학위다. 이밖에도 그는 동국대에서 불교학 박사과정을, 안동대에서 민속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구파다.

그러한 다양한 관록의 소유자 김 관장의 가장 큰 자산은 뭐니 해도 끈기와 근면·성실이 아닐까 한다. 작년 말로 태화강 ‘철새 탐사 만 10년’의 기록을 세움으로써 울산에 ‘빅 데이터’의 금자탑을 처음으로 세운 일이 대표적인 본보기일 것이다. 이 사실은 김 관장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고 대대한 자부심으로 여긴다.

“철새홍보관은 10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출발하는 것이 다른 지역과는 다른 점입니다. 앞으로 조류생태학을 전공하는 석·박사나 전문가들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성수 관장이 발간한 철새 '스토리텔링'과 '철새연구일지'의 표지.
김성수 관장이 발간한 철새 '스토리텔링'과 '철새연구일지'의 표지.

 

개관 때맞춰 철새연구일지-동화책 펴내

사실 김 관장은 철새홍보관 개관에 앞서 두 가지 출판물을 펴냈다. 그중 하나가 <철새연구일지>다. 비록 54쪽 분량의 단행본에 지나지 않지만 이 책자 속에는 그의 진한 땀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책은 2017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 사이 삼호대숲에서 숙영하는 여름철새 백로류와 겨울철새 까마귀류 등 2종의 텃새를 관찰·조사한 자료창고인 셈이지요. 그리고 이 책은 남구청이 울산에서 처음으로 발간한 조류 조사 자료집이기도 하지요.”

그 뒷얘기도 궁금했다. 물론 그의 증언은 2017~2018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류 탐사 활동에 나선 10년 내내 되풀이됐고, 이젠 습관으로 굳어버린 얘기이기도 하다.

“시계 알람을 매일 새벽 3시 반에 맞춰 놓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알람 소리만 들으면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합니다. 그래야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떠나는 이소(離巢)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을 안 거쳤으면 어찌 ‘빅 데이터’ 소리를 꺼낼 수 있겠습니까?”

그런 와중에도 매월 한 차례씩 꼭 둘러보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태화강 하류. 혹시 ‘황새’가 찾아오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지만 아직 그런 행운은 누리지 못해 아쉬운 것 같았다.

홍보관 1층 로비 책꽂이에는 <철새연구일지> 말고도 출판물 한 가지가 더 있다. <철새 스토리텔링>이란 동화책이 그것. ‘내 친구 장생이’와 ‘아기떼까마귀 케레와 케미의 모험’이란 동화 두 편의 주인공은 철새들로, 모두 김 관장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정식 등단한 동화작가는 아니지만 소질은 다분하다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그가 에피소드 한 토막을 들려준다.

“동화책 안에 만화그림(=삽화)이 보이시죠?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이가 그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개운초등학교 5학년 박선홍 어린이의 솜씨였다. 이 어린이는 김 관장의 울산학춤 계승자 김영미씨(김영미무용단 단장, 울산예총 사무처장)의 따님으로 올해 6학년이 된다.



“철새피해 큰 삼호동 주민이 홍보관 주인”

다시 철새홍보관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름 그대로 어떻게 하면 울산의 철새를 시민들에게, 더 나아가 전국에 널리 알리느냐 하는 것이 김성수 관장의 어깨에 당장 지워진 멍에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에게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비책이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친화력도 그런 비책의 하나다.

“저에게는 삼호동 주민이 홍보관 주인입니다. 그래서 동 자치위원들도 만나고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관계자들도 만날 참입니다. 아이디어도 구하고 끈끈한 관계도 맺고 싶어서지요.”

삼호동 주민이라면 한동안 피해자들이었다. 삼호대숲으로 날아드는 철새들이 시도 때도 없이 갈겨대는 배설물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철새들의 배설물을 수시로 치워주는고, 태양광 시설도 지원해주었다. 머지않아 고압전선도 땅속에 묻힐 것이고, 그때쯤 삼호동은 남부럽지 않은 마을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남구청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고,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뜨거운 측면지원도 있었다.

그래도 남구청의 집중지원이 있기까지는 누군가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 관장이었다. 그는 과학적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철새가 해조(害鳥)가 아니라 익조(益鳥)임을 은연중에 부각시켜 왔다.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김 관장이 24년 전 울산에 둥지를 트던 때를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좋은 기억보다 궂은 기억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어엿한 사회지도층 인사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우리나라 학춤의 정체성을 울산에서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런 노력의 결실이 제 자신과 철새홍보관의 오늘을 있게 했다고 믿습니다. 신라의 ‘계변천신 설화’가 우리나라 학춤의 발생설화이며 그 설화의 근거지가 바로 학성 즉 울산임을 학문적으로 입증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는 요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생물학을 바탕으로 철새홍보관에 인문학의 옷을 입혀 보는’ 꿈이다. 그의 근성이 꿈을 현실로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안은 채 철새홍보관을 나섰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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