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교육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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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계절이 몇 차례나 바뀌었다.

그 전 학기말 같으면 아이들과 학예행사나 학급잔치로 ‘와글와글’ 잔치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예산이며 사업계획 수립으로 밤늦도록 야간근무에 매달려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처음 해보는 예산안을 궁리하고 이런저런 계획들로 고민하다 보니 머리를 끈으로 질끈 동여매고 자판을 두들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할 만큼 지치고 힘이 든다. 매번 늦게 퇴근하다보면 늘어나는 것은 ‘몸무게’와 ‘붓기 가득한 얼굴’이고, 줄어드는 것은 ‘마음의 여유’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다.

교육청에서 몸으로 때우는 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고 사업을 풀어나가는 작업도 있지만,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모니터와 전화기, 키보드만 만나는 작업도 있다. 교실과 운동장, 체육관에서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이야기 나누던 교사가 교육청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1년가량 일하다보니 사무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나 사각형 모니터에 눈을 박고 키보드만 두드리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몸의 기운을 쏙 빼놓기 일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청에서 맡게 된 업무가 사람들과 계속 만나고 활동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 귀에 이름도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팀에서, 학교교육과 마을을 어떻게 이어줄지, 지자체와 마을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도움을 어떻게 줄지, 그 방법을 찾아 협력하고 함께 고민하며 정책을 세우는 일인지라 숨 돌릴 여유가 가끔씩은 생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도 많지만 바깥에서 활동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 덕분에 종종 마을의 아이들도 만나고 마을돌봄이며 마을방과후학교로 바쁜 마을교사들도 만나게 된다.

지난 17일과 18일에는 마을교사들과 지자체 공무원들과 더불어 순천과 김해로 선진 마을교육공동체 견학을 다녀왔다. 전남과 경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들을 직접 살펴보고, 민-관-학 전문가 강연도 함께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비록 우리 울산이 다른 시도의 혁신교육지구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비해 출발은 늦긴 해도 열성적인 지역 분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하나 둘씩 징검다리가 놓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교육과정 운영과 연계해서 마을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명산초등학교나 삼동초등학교에서는 마을의 교육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쳤고, 병영초등학교나 상북중학교에서는 학교축제를 마을과 연결 지어 마을축제처럼 성대하게 펼치기도 했다. 게다가 학교돌봄의 영역을 지자체와 손잡고 확대한 중앙초등학교의 시도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에 족했다.

교육청에서 올 한 해 동안 마을돌봄 4기관, 마을방과후학교 8기관을 지원하여 교육부의 전국 시도교육청 사례발표 행사에서 본보기가 되는 우수사례로 칭찬받은 일도 있었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마을학교를 준비하여 마을돌봄과 마을방과후학교 외에도 마을의 소규모 체험장 학교에 대한 구상도 서두를 계획이다.

또 중구, 남구와는 서로나눔교육지구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업무협약을 맺고, 이미 출발선에서 1월 1일 새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열정적인 지자체 업무부서의 노력과 협조 덕분에 2020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다양하고 재미있고 한층 더 다채로운 색깔의 마을과 학교를 이어주는 교육활동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용진 울산광역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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