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 역주행(逆走行)
[성주원의 세상보기] 역주행(逆走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0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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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주행(逆走行)’이라는 단어가 세간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표준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같은 찻길에서 다른 차량들이 달리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달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뉴스를 보면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어가 역주행이다. 왜 꼭 고속도로에서 반대쪽 차선으로 다니는 건지, 어떻게 들어갔는지 신기할 정도다. CCTV 자료화면으로 보는 것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데, 실제로 그런 상황에 닥친 사람들은 훨씬 더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가요계에서는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활동하는 대중가요 곡이 많은 현 시대에서, 활동 종료 등의 이유로 공급자 측에서는 홍보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 재조명되어 음원 차트나 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 상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역주행 끝에 음원 차트 1위나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경우마저 생기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JTBC의 슈가맨(최근 ‘시즌 3’가 시작되었다)처럼 옛날 노래가 방송을 통해 재조명되는 경우도 있고, SNS를 통해 팬들의 직캠(=방송전문가가 아닌 팬이 직접 카메라나 폰카로 찍은 영상)이 유행하면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 SNS 마케팅과 같은 팬들의 자발적 관심이 아닌 인위적 화제몰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가수 블락비 멤버 박경이 특정 가수들을 콕 찍어 ‘음원 사재기’를 한다는 글을 올린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지목당한 가수들은 반발하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하지만 박경 소속사 측에서는 ‘실명이 언급된 분들 및 해당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양해 말씀 드립니다.’고 하면서도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랍니다.’는 말로 의혹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이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와중에, 박경과 여자친구 은하가 2016년에 듀엣으로 부른 ‘자격지심’이라는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다. 실명까지 언급한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어 오던 ‘음원 사재기’ 부분에 대한 공개 저격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응원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자격지심’이란 노래의 역주행 현상이다.

연예계의 또 다른 역주행도 있다. 설리(본명 최진리)가 유명을 달리한 후,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과거의 설리를 떠올리며 만든 곡 ‘복숭아’가 차트에서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팬들의 애도의 물결이 차트 역주행 현상을 이끈 것이다.

정치계에서도 ‘역주행’은 항상 나오는 단어다. ‘민심에 역행하는’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쁜 정치인들.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입장과 ‘필리버스터’를 수단으로 결사반대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단식투쟁’ 또한 ‘생명유지’의 측면에서 보면 크나큰 역주행이다. 정치도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인데, 정치를 하면서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닉하다.

조선시대에는 수사권이 사헌부, 형조, 의금부, 포도청 등 많은 기관에 분배되어 있었다. 오늘날 수사권이 검찰과 검찰 산하 경찰에만 있는 것과 비교된다. 조선이 600년간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권력기관끼리 서로 견제하는 지혜로운 국가제도가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차트 1위 역주행 같은 좋은 역주행만 남고, 이웃과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나쁜 역주행은 이제 저 멀리 떠나보냈으면 한다.





성주원 울산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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